취재하는 과정에서 학내구성원들의 생각을 듣는 것은 매우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이다. 학내구성원들의 여론을 폭넓게 들음으로써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끔 돌아오는 ‘잘 모르는데요’라는 답변은 언제나 필자를 당황스럽게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당황을 넘어 ‘충격’을 받았다. 부마항쟁 취재에서도 똑같은 답변을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학교가 부마항쟁의 발상지인 것을 아시나요?’, ‘시월제가 부마항쟁을 기리기 위한 축제임을 아시나요?’ 등 학생들의 생각을 듣기 위해 필자는 계속해서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이내 난관에 봉착하고 말았다. 생각보다 부마항쟁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공계열이었던 이들 대부분은 ‘들어본 적이 없다’와 같은 대답만 되풀이했다. 묻는 기자나 대답하는 학생이나 서로 민망한 상황이 이어졌다. 이후 ‘부마항쟁을 모른다’라는 말을 들을 때면, 자연스레 ‘혹시 이공계열 학생이세요?’라고 질문하는 필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역사도 모르는 이공계열 학생들’을 지적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더군다나 모든 이공계열 학생들이 ‘부마항쟁’에 대해 모른다고 단언할 수도 없다. 하지만 ‘부산대학교’의 학생임에도 부마항쟁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다’고 답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학교에 입학한 이후에도 부마항쟁을 알지 못한다는 점은 짚어봐야 할 부분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밟고 있는 이 땅 위에서 누군가는 민주화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 과거 우리 선배들은 지금 이 자리에서 ‘유신 철폐’를 외쳤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학교 학생들이 부마항쟁을 알아야 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필자는 이번 취재를 통해 부마항쟁을‘ 듣도 보도’ 못했다는 이공계열 학생들을 수두룩하게 보았다. 도대체 이 문제는 어디서부터 돌이켜 봐야하는 것일까.

가장 먼저 생각해봐야 할 부분은 학내 분위기다. 현재 부마항쟁을 기리는 학내행사는 시월제를 제외하곤 전무한 상태다. 대학 본부는 아무런 계획이 없다. 그나마 부산대학교 10.16 민주항쟁 기념사업회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 역시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이러니 학생들은 부마항쟁의 그 날을 여느 때와 같이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월제도 마찬가지다. 이제 시월제를 정의하는데 ‘부마항쟁’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이를 반영이나 하듯이 약 69%의 학생들은 시월제가 부마항쟁을 기리기 위한 축제임을 모르고 있었다. 학생들에게 부마항쟁을 알 수 있는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 대학 본부가 진행하는 학내행사, 총학생회가 나서서 하는 홍보 등이 학내구성원들에게는 큰 깨달음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전남대학교는 부속기관으로 5·18연구소를 두고 있다. 연세대학교는 매년 6월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됐던 이한열 열사를 추모하는 기간을 가진다. 이들이 과거를 연구하고, 추모하는 것은 단순히 ‘역사 공부’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활동을 통해 모든 학내 구성원들이 민주화의 산물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고, 과거 동문 선배들이 이 땅을 지켰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다.

이제 10월에 기념하는 날을 하루 더 추가하는 것이 어떨까. 3일의 개천절과 9월의 한글날, 그리고 16일의 부마항쟁이 발생한 날. 적어도 우리학교 학생이라면 말이다. 

 박성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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