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양성 영화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아직 다양성 영화를 보고 싶어도 어떤 영화를 어떻게 볼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이에 부대신문이 좋은 다양성 영화를 선정해 10회에 걸쳐서 소개한다.

-⑤영화<화장>

 

 

커다란 상여에 ‘검은’ 소복을 입은 장례 행렬이 지나가고 있다. 상여의 안에는 한 여성의 시체가 누워있다. 그 여성의 남편인 남자의 눈은 행렬을 뒤따르는 젊은 여성에게 이르고 있다.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영화 <화장>의 첫 장면이다.

영화는 암에 걸린 아내가 죽음에 이를수록 점점 더 젊은 여자를 사랑하게 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오상무(안성기 분)는 한 화장품 회사의 임원이다. 어느 날 아내(김호정 분)가 쓰러진다. 아내의 병수발을 들던 오상무 앞에 새로 입사한 추은주(김규리 분)가 나타난다. 그는 추은주에게 본능적으로 끌리게 된다. 그리고 오상무의 시선을 따라 영화는 흘러간다. 오상무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추은주에게 빠져간다. 병든 아내와 성관계를 하면서

도 추은주를 생각할 정도다. 영화 는 교차편집을 통해 오상무의 슬 픔, 욕망 등의 감정이 층층이 쌓여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럴수록 그의 혼란스런 모습은 생생해 진다.

하지만 오상무는 심정적으로만 추은주를 받아들일 뿐, 그 이상 나아가지 못한다. 영화의 말미에서 오상무의 별장으로 찾아온 추은주를 본 오상무는, 그녀가 즐겨 마시는 와인만 놔두고 자리를 뜬다. 오상무를 향한 그의 감정이 동경에 가깝기 때문이고, 그를 만남으로서 얻게 될 죄책감을 오상무는 견디지 못한다.

<화장>에서 보여지는 오상무의 욕망은 본능과도 같다. 그는 죽어가는 아내의 병수발을 들며 죽음을 간접 경험한다. 그럴수록 그는 젊음과 활력을 갈망하고, 추은주에게 끌리게 되는 것이다. 그는 그를 감싸던 죽음의 기운에서 벗어나고 새로운 활력을 얻길 바랐다. 어떻게 이 과정을 비난할 수 있을까. 결국 그는 현실을 받아들인다. 그의 욕망 역시 화장당한 것이다.

이러한 욕망과 현실의 대비에서 <화장>을 끌어가는 힘이 나온다. 영화가 보여주는 추은주에 대한 오상무의 욕망과 그것을 절제하려는 내적갈등은 상당한 긴장감을 끌어낸다. 영화를 끌어가는 또 다른 힘은 소름끼치도록 현실적 인 묘사다. 임권택 감독은 김훈 작가의 동명의 원작 소설을 옮겨 오며 이 소설을 어떻게 영상화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원작은 날카롭고 현실적인 묘사로 유명하다. 영화도 만만치 않다.

<화장>은 죽음이 다가오는 순간을 지독하게 현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역시 배우들 의 열연이다. ‘주름마저 연기한다’는 안성기의 연기는 명불허전이다. 특히 각종 매체에서 극찬을 들은 김호정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는 소름까지 돋게 만든다. <화장>은 제목부터 화장품을 발라 얼굴을 꾸미는 화장(化粧)과 시신을 불태우는 화장(火葬)의 중의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또한 오상무가 추은주를 바라보는 모습과 생각, 그리고 아내를 바라보는 오상무의 감정 등 많은 부분을 관객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도록 한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임권택 감독은 관객과의 만남 중 계속해서 “관객들은 어떻게 생각했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감독이 표현한 ‘임권택표 인생’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전적으로 우리 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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