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이온전지의 이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휴대전화 가입자 수가 몇 년 전에 이미 5000만 명을 넘어섰다. 아무리 휴대전화의 기능과 운영 프로그램이 훌륭해도 정작 전지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휴대전화를 비롯한 이동식 전자기기에는 전기 에너지를 공급해 주는 전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휴대전화에는 리튬 이온 전지가 많이 장착되어 있다. 이 글에서는 리튬 이온 전지(2차전지)의 원리 및 성능에 대해 설명하려고 한다.

  

2차전지란 무엇인가?

 화학반응이 자발적으로 진행되면 에너지가 방출된다. 그 에너지를 전기에너지 형태로 이용될 수 있게 고안된 장치가 전지이다. 휴대전화를 사용할 때 전지 내부에서는 자발적인 산화‧환원 화학반응이 진행된다. 그것을 ‘전지가 방전 된다’고 말한다. 일단 완전히 방전된 후에는 다시 사용할 수 없는 전지를 1차전지, 휴대전화의 전지처럼 여러 차례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는 전지를 2차전지라 한다. 2차전지를 재생하는 일을 ‘전지를 충전 시킨다’고 말한다. 충전 과정에서 전기에너지를 받는 전지의 내부에서는 방전할 때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화학반응이 진행된다. 충전을 통해서 전지 내부의 화학물질을 원 상태로 되돌려 놓았기 때문에 전지를 휴대전화에 연결하면 자발적인 화학반응이 다시 진행되는 것이다. 방전과 충전을 반복해서 전지를 사용할 수 있는 횟수 및 기간은 전지 혹은 사용 특성에 달라진다. 휴대전화 전지를 약 1~2년 사용하면 성능이 현저히 떨어져서 새 전지로 변경해야 된다.

  

리튬 이온 전지의 구성 

 

리튬 이온 2차전지를 비롯한 모든 전지는 2개의 전극(+, -), 분리막, 전해질로 구성되어 있다. 리튬 이온 전지의 플러스(+)극으로 이용되는 전극 물질은 리튬 이온과 가역적으로 산화와 환원이 될 수 있는 전이금속이온이 포함된 결정들이다. 예를 들어서 리튬코발트산화물(LiCoO2),리튬철인산염(LiFePO4), 리튬망간산화물(LiMn2O4)등이 리튬 이온 2차전지의 플러스극으로 사용된다.

 한편 마이너스(-)극으로 이용되는 전극물질로는 흑연, 리튬티탄결정, 실리콘-흑연 복합물이 있다. 이들 물질은 리튬 이온이 쉽게 들고 날 수 있는 공간과 리튬 이온‧리튬의 가역적인 환원‧산화반응이 진행되는 구조와 특성을 갖추고 있다. 동일한 물질일지라도 나노 크기의 결정으로 전극을 만들면 전극면적이 넓어지고 방전‧충전의 속도 증가, 에너지 밀도의 상승 효과가 나타난다. 그렇지만 전극물질의 특성이 달라지면, 방전‧충전 속도도 달라지고, 전지 전압과 전지 용량이 변할 수 있다.

 두 개의 전극 외에도 전지 내부에는 전해질과 분리막이 들어 있다. 전해질은 전기를 통할 수 있는 물질로, 보통 리튬 이온 염(salt, 예: LiPF6)이 물이 전혀 없는 유기용매에 녹아 있는 것을 사용한다. 또한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절연 플라스틱으로 제조한 분리막이 있다. 두 전극이 서로 접촉된다면 전지의 기능이 마비되기 때문에 두 전극 사이에 분리막을 끼워 넣은 것이다. 분리막은 전극의 특성을 해치지 않고, 전해질의 특성과 궁합이 맞아야 된다.

  

충전될 때 배터리 속에서는어떤 일이 일어날까?

 

 완전히 충전된 전지를 휴대전화에 연결하면 전지 내부에서는 자발적인 산화 환원 반응이 진행된다. 마이너스 극에서는 전극물질에 결합된 혹은 전극 물질의 공간에 갇혀있던 리튬이 산화되면서 리튬 이온이 생성된다. 동시에 리튬 이온과 함께 생성된 전자는 전선을 통해 마이너스 극에서 플러스극으로 이동한다. 한편 플러스극에서는 전자를 받아들여 전이금속 이온의 산화수가 감소하는 환원반응이 진행된다. 그 결과 전해질에 녹아서 플러스극 주위에 머물던 리튬 이온이 플러스 극 내부로 이동한다. 왜냐하면 환원이 되어 줄어든 플러스 (+)전하의 양 만큼 +1의 전하를 가진 리튬 이온이 채워져야 플러스극의 전하 균형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리튬 이온이 스며드는 현상을 전문용어로 층간 삽입이라고 한다. 반면에 충전할 때는 플러스 극 물질의 전이금속이온이 산화되어 플러스 전하가 증가하게 된다. 전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증가한 플러스 전하 양만큼 리튬 이온이 빠져 나와야 된다. 한편 마이너스 극에서는 리튬 이온의 층간삽입이 진행되고, 외부 전원에서 공급된 전자와 반응하면 리튬으로 환원된다. 결국 충전이 다 되면 마이너스 극과 플러스극의 전극 물질은 본래의 상태로 되돌아가게 된다.

  

가벼운 리튬 이온, 작기만 강하다

 리튬을 포함하는 물질을 마이너스 극으로, 전이금속을 포함하는 물질을 플러스극으로 전지를 제작하면 전압이 약 3V 이상 되는 전지를 만들 수 있다. 전지의 전압은 플러스극과 마이너스 극의 전위의 차이인데, 일반적으로 자발적인 산화와 환원반응 2개를 조합한 전지의 전압은 기껏해야 1.3~2V 정도이다. 더 큰 전압의 전지는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장점이 있다. 전압이 큰 전지를 수압이 높은 물에 비유할 수 있다. 일정한 통에 담긴 물을 동일한 호스를 통해서 물을 뺄 때 수압이 높은 물은 수압이 낮은 물보다 더욱 힘차게 물이 빠지는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리튬 이온은 다른 금속 이온에 비해 작고 가볍다. 작은 크기의 리튬 이온은 전극물질의 격자 사이를 이동하는 것도 수월하다. 동시에 가벼운 리튬 이온이 이동하는 전지를 만들면 다른 금속이온으로 전지를 만들었을 경우보다 단위 무게 당 더 큰 에너지(에너지 밀도)를 얻을 수 있다. 이런 장점들이 있어서 쉽게 산화되는 다른 종류의 알칼리 금속을 제치고 리튬을 선호하는 것이다.

 

 리튬 이온 전지의 용량과 사용

 휴대전화 전지의 겉면에는 전지의 용량이 표시되어 있다. 예를 들어 필자의 휴대전화 전지에는 제조사의 이름도 있고, ‘전지 3.8 V Li-ion Battery 7.98 Wh’라는 기호가 적혀 있다. 이것은 전압 3.8V(볼트) 총 에너지 7.98Wh(와트아우어)의 전지라는 뜻이다. 숫자는 크기를 나타내며, 숫자 뒤의 영문 기호는 각각 전압과 에너지 단위이다. 이것은 7.98W(와트)의 출력으로 에너지를 소비한다면 1시간, 약 4 W(=7.98/2)의 출력으로 소비를 한다면 2시간 사용할 수 있는 전지이다. 경험한 바와 같이 휴대전화로 큰 전력이 소비되는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전화만 사용할 때와는 달리 전지가 굉장히 빨리 닳는다. 또 다른 종류의 휴대전화 전지에는 ‘2500mAh’(m=1/1000)라는 기호가 적혀 있다. 전류(A)(1A=1000mA)에 시간을 곱한 값(Ah)은 전하량이 된다. 이것은 2500mA(=2.5 A)의 전류로 사용하면 1시간을, 500mA의 전류로 사용하면 5시간이 걸린다는 의미이다.

 과학 전공이 아닌 사람들은 에너지와 전하량의 상관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어렵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중학교 과학시간에서 배우는 전기법칙(전류(A) = 전력(W)/전압(V))을 이용하면 2100 mAh(7.98Wh/3.8V = 2.1Ah = 2100mAh)로 계산된다. 전지의 성능을 총 에너지 혹은 총 전하량으로 표기된 것이다 휴대전화에 사용되는 전지의 전하량은 약 2000mAh~ 3000mAh이며, 전압을 안다면 에너지(Wh)로 변환해 보는 것은 쉽다. 여기서 설명한 내용은 모두 전지에 표기된 숫자로 계산된 이론적인 결과이다. 실제 사용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사용 시간은 사용 조건에 따라 많이 차이가 날 것이다. 일반적으로 작은 전류(혹은 낮은 출력)로 사용하면 큰 전류(혹은 높은 출력)로 사용할 때 보다 전지의 용량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다. 전지의 전하량을 일정한 부피에 담겨있는 물의 총량에 비유할 수 있다. 물통에 담겨있는 물을 조금씩 마시면 오래 마실 수 있지만, 많이 마시면 순식간에 물이 없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전지의 사용 방법에 따라 사용시간이 결정되며, 반복 사용할 수 있는 횟수 및 전지의 수명도 달라진다는 말이다.

 리튬 이온 전지는 휴대전화는 물론 자동차 및 비행기에도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보다 성능이 훨씬 향상된 리튬 이온 전지는 물론 새로운 개념 혹은 새로운 전극 물질을 사용하여 새 전지를 개발하려는 세계 각국의 산업체와 연구자들이 뜨겁게 경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인형(동국대 화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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