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말 세계보건기구(WHO)는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가 3,000명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감염자는 총 6,574명이니 사망률이 거의 50퍼센트에 달한다. 아주 치명적인 바이러스라 말할 수 있다. 이렇게 하나의 질병이 전 세계 사람들에게 급속히 전파되는 상황이 되면 WHO에서는 ‘판데믹(pandemic)’을 선언한다. 그리스어로 ‘pan’은 ‘모두’를 ‘demic’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말 그대로 전염병이 세계적으로 전파되어 사람을 감염시킨다는 뜻이다. 판데믹은 전염병 경보단계 중에서 가장 높은 6단계에 해당한다.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했던 판데믹은 중세유럽의 인구 3분의 1을 사망으로 이끈 흑사병을 들 수 있다. 또 1918년 스페인 독감으로 5,000만 명이 사망했다. 이는 20세기 지구에서 일어난 모든 전쟁 중에 사망한 사람 숫자보다 훨씬 많다. 또 유럽이 아메리카대륙을 식민지로 만드는 과정에서 수많은 원주민이 사망했는데, 사망 원인의 90퍼센트 이상이 바로 ‘천연두’ 때문이었다. 천연두는 소에서 인간에게로 전파된 질병이다. 이처럼 판데믹은 거의 언제나 동물 병원균이 인간에게 전이되며 시작된다.

작년에 개봉한 영화 <감기>에 보면, 홍콩에서 평택항을 거쳐 분당에 컨테이너가 도착했다. 이 컨테이너에 실린 화물은 사람이었다. 이들은 밀입국자였다. 이 컨테이너에 탔던 사람들은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다 죽은 상태로 도착을 했다. 이 한 사람의 생존자를 통해 전염병이 유입된다. 이 전염병은 분당 지역을 감염시키고, 이어 많은 감염자가 사망한다. 이 전염병이 다른 지역으로 전파되지 않게 하려고 정부는 이 지역을 폐쇄하고, 환자를 격리시킨다. 국제법에 따르면 질병의 확산을 막을 다른 모든 조치들이 실패할 경우 강압적인 감금이 허용된다고 한다.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도 눈병에 걸려 눈이 먼 감염자들을 강제수용소에 수용한다. 정유정의 소설 <28>에서도 마찬가지 장면이 나온다.

이런 전염병이 전체 사람을 모두 죽이지는않는다. 아무리 치사율이 높더라도 감염되었지만 살아남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치사율이 100퍼센트인 바이러스는 없다. 영화에서 감염되었다가 자연 치료가 되는 사람이 나타난다. 이런 사람을 통해 백신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접종한다. 백신은 또 다른 이름의 바이러스다. 에드워드 제너가 만든 천연두 백신이 최초의 사례였다. 역사학자들은 천연두 백신이 역사상 가장 많은 생명을 구한 최고의 발견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백신이란 개념은 어떤 바이러스를 이용해 다른 바이러스와 싸우게 한다는 의미다. 쉽게 말해 병 주고 약 준다는 말이다.

백신처럼 바이러스를 이용해 다른 질병을 치료하기도 한다. 세네카밸리 바이러스(Seneca Valley virus)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바이러스로, 신경계와 내분비계의 경계면에서 살아가는 종양세포를 공격해 파열시켜 죽인다. 이 바이러스의 이름은 지명에서 왔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의 세네카 밸리라는 지역에 위치한 한 생명공학회사의 연구실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이 바이러스는 실험실에서 흔히 사용하던 소나 돼지의 세포배양을 오염시키는 방해꾼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바이러스를 분리해 실험하자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이 바이러스는 신경내분비계에서 암에 걸린 세포를 선택적으로 찾아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더욱 좋은 점은 건강한 세포는 감염시키지 않았다. 현재 많은 생명공학 회사에서는 바이러스를 가지고 암을 치료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요즘의 에볼라 바이러스처럼 판데믹의 가능성은 항상 열려있다. 우리의 몸속이나 주변에는 세균과 바이러스가 들끓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많은 인구와 교통수단의 발달은 판데믹을 더욱 강력하게 만든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병을 일으키는 세균이나 바

이러스는 분명 박멸해야할 대상이다. 그러나 이들도 자연계에서 살아가는 일원에 불과하다. 세상의 모든 질병을 막아낼 방법은 없다. 이들과 건강하게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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