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영화 <하늘의 황금마차>

 

 

 

 

최근 다양성 영화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아직 다양성 영화를 보고 싶어도 어떤 영화를 어떻게 볼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이에 부대신문이 좋은 다양성 영화를 선정해 10회에 걸쳐서 소개한다.

 

“무지개 타고 가는 눈부신 황금마차~ 은하수를 건너서 훨훨 날아간다~”

   
 

영화의 엔딩크레딧이 끝까지 올라갔지만 가사와 멜로디가 입안에 맴돌고, 제주의 풍경들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음악영화이자 로드무비인 <하늘의 황금마차>의 매력이다.

영화는‘ 뽕똘’이라는 인물을 매개로 4형제와 밴드 ‘황금마차’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4형제의 막내인‘ 뽕똘’은 꼭 성공하겠다는 열망을 안고 밴드 ‘황금마차’를 결성했다. 하지만 문제는 돈이 없다는 것. 결국 막내는 돈을 빌리기 위해 오랜만에 큰 형님을 찾아간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형제들은 맏형이 물려받은 재산을 놓고 다투게 된다. 치매와 간암에 걸린 맏형이 보다 못해“ 같이 여행가는 놈한테 이 집 주마”라며 여행을 제안하고, 4형제는 여행길에 오른다. 같은 시기, 밴드를 하겠다고 모인 청년들 역시 서로 으르렁거리기만 하다가 팀워크 강화를 위해 제주도를 여행한다. 사이가 좀 좋아지나 싶다가도 4형제는 돈 이야기만 나오면 언성이 높아지고 밴드 청년들도 서로 잘못했다고 헐뜯는다. 그 와중에 사라진 큰형님을 밴드 청년들이 찾으면서 두 집단이 만나 한바탕 신나는 여행을 시작한다.

영화는 장소의 이동을 따라가며 여행을 중심 플롯으로 사용하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는 로드무비의 전형이다. 배우들의 연기가 다소 어색하지만, 어떤 이유 때문인지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그들이 진짜 형제 같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제주 토박이 배우 4명이 모여 거침없이 내뱉는 사투리들은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더불어 생생하게 다가온다. 영화에 등장하는 밴드는 실제로 활동하는‘ 킹스턴 루디스

카’라는 밴드로, 영화에 신선함을 더하기도 했다.

오멸 감독은 전작인 <지슬>에서 보여줬던‘ 한’의 정서 대신, 이번에는 ‘흥’을 택했다. 영화는 죽음을 주제로 하지만 시종일관 유쾌한 웃음으로 가득하다. 작품은 유쾌함과 진지함으로 삶에 대한 고찰을 놓치지 않는 그의 전작 <뽕똘>, <어이그, 저 귓것>의 분위기와 연결돼 있다.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사람들의 인생에 언제나 따스한 위로를 보내는 오멸 감독. 그의 시선은 절대 동정이 아니다. 비닐로 텐트를 만들지만 행복한 형제들의 모습, 기저귀를 차고 춤을 추는 노인의 밝은 미소 등 영화 곳곳에서 조금은 모자란 인물들에 대한 오멸 감독만의 애정어린 시선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작품은 음악영화로서의 매력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4형제와 ‘황금마차’는 ‘바다의 꿈’, ‘동백아가

씨’, ‘생활의 발견’ 등 과거와 현재를 대표하는 노래를 스카 리듬으로 재해석해 들려준다. 덕분에 가난하고 아프고 외로운 노인의 마지막 길은 결코 슬프지 않다. 오히려 축제를 연상케 하는 것이다. 흥겨운 음악과 함께하는 유쾌한 이별 여행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노인’과 ‘나이 든다는 것’에 대해따뜻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이 영화는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영화프로젝트의 11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우리 모두가 맞이할 삶의 끝이 유쾌할 수 있다는 것, 한 판 신나게 놀고 나니 장례가 끝났다는 것. 영화를 즐기며 미래의 자신을 위한 소박한 추모사를 남겨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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