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그 한 장 한 장이 충분히 좋기에 책장을 넘기기 아쉬운 책들이 있다. 필자에겐 펑크록의 대모이자 시인인 패티 스미스가 지은 <JUST KIDS>가 그런 책이었다. 연인이자 친구였던 사진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와 자신에 대한 이 회고록은 그들이 예술적, 상업적으로 성공한 후의 이야기는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그냥 아이들이었던(JUST KIDS) 시절, 즉 그들이 가난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다른 여러 예술가들과 어울리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나갔던 때에 집중한다. 많은 시간이 흐르고 쓰여졌지만 책에는 그 시절에 대한 지나친 미화나 왜곡은 찾아보기 힘들다.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생활상을 현재의 일처럼 담담하지만 생생하게 묘사할 뿐이다. 이 때문에 책을 읽는 동안 1960~1970년대 뉴욕에서 그들이 거주했던 첼시 호텔, 맥스 클럽 등에 함께 존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패티는 책의 서문에서 타인과 다른 면이 있더라도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만의 꿈을 좇는 강한 의지와 내면을 갖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고, 또 자기 자신을 더욱 사랑하고 자기 확신을 가지라고 말하고 있다. 패티와 로버트는 몹시 가난했고 다른 사람들이 경험하기 힘든 일도 겪으며 밑바닥까지 떨어져본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결코 삶을 포기하지 않는 꾸준한 열정을 보여준다. 그들은 자신에게 무슨 재능이 있는지, 어떤 방향의 예술을 하고 싶은 지 정확히 알지는 못했지만 ‘예술가가 되고 싶다’라는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 패티는 한 인터뷰에서 무엇인가를 창조하는 것은 사람들을 정신적으로 젊게 만들어준다고 했다. 아무리 나이가 들더라도 사람들은 뭔가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다고. 그러므로 자신은 100살이 되더라도 ‘늙은 키즈’로 남고 싶다고 했다. 젊더라도 아무 것도 시도하지 않고 그저 현실에 안주하며 도전하지 않는 것이 젊고 건강한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패티와 로버트는 끊임없는 시도와 창조적 활동을 보여주는데 이를 통해 진정으로 ‘삶을 개척해 나간다’라는 의미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출발점은 로버트가 남긴 “우리의 얘기를 책으로 써달라”는 유언이었다. 어느 누가 자신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했던 소울메이트가 죽었는데 이런 글을 쓸 수 있으며, 또 자신들의 이야기를 써달라고 할 수 있을까? 이는 패티와 로버트였기에 가능했던 일이 아닐까 싶다. 이들처럼 인생에서 자신에게 꼭 맞는 동반자나 반려자를 만나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며, 삶에서 가장 큰 행복일 것이다. 그들은 서로에게 영감을 주며 훌륭한 예술의 경지에 오를 수 있었다. 사랑하는 연인이든 마음이 통하는 친구든 자신의 반쪽을 만나 서로에게 부족한 면을 채워줄 수 있다면. 그리고 그로 인해 좀 더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어느 누가 행복하지 않을까?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 틈틈이 읽어온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패티 스미스의 1975년도에 나온 1집 ‘Horses’를 찾아 들었다. 음악이 재생되는 동안 400여 페이지에 걸쳐 읽었던 패티와 로버트 사이의 특별한 유대감, 사랑, 우정, 노력 등 책 내용을 머릿 속에 다시 한 번 되새겨볼 수 있었다. 노래와 함께 그 시대, 뉴욕의 거리, 그들의 생활을 느끼며 필자는 패티 스미스와 로버트 메이플소프 그 둘에게 다시 한 번 매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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