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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도 ‘강의’도 갈길 먼 우리학교 영어강의영어강의 도입 14년, 강의실은 아직 시험 중
  • 오나연 기자
  • 승인 2014.10.07 20:06
  • 호수 1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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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학교는 지난 2001년 전공강의를 영어로 진행하는 영어강의 제도를 도입했다. 영어강의는 수업과 과제, 시험 등을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진행하는 강의다. 영어 관련 과목이나 특수 과목을 영어로 강의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일반 강의를 영어강의로 진행한 것은 처음이었다. 이후 영어강의의 수는 꾸준히 늘었다. 2001년 1학기 40개가 개설됐지만 이번 학기에는 328개가 개설됐다. 전체 강의 대비 영어강의의 비율 역시 크게 늘었다. 2007년 0.9%였던 영어강의 비율은 이번 학기 8.5%로 집계됐다.
 
  몇 년 사이 영어강의의 수가 이처럼 많이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대학 본부(이하 본부)는 2000년 처음 영어강의를 도입하면서 ‘치열해지는 대학 간 경쟁력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국제화 시대에 급증하고 있는 대학생들의 외국 유학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기 위함’을 취지로 밝혔다. 더불어 언론사의 대학평가, 교육부의 교육역량강화사업 평가기준 등에서 ‘국제화지수’를 반영하기 시작한 것도 원인으로 분석된다. 외국어 강의비율, 외국인 졸업생 비율 등을 반영하는 ‘국제화지수’에서 영어강의의 수가 많을수록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어강의의 수는 2008년에 대폭 증가했다. 전해인 2007년과 비교해 164개가 늘어난 것이다. 이는 당시 ‘2008 대학경쟁력 강화프로그램’으로 영어강의 장려를 시작한 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영어강의의 개설과 수강은 다양한 방법으로 장려되고 있다. 교수는 영어강의 인센티브제로 영어강의를 하는 경우 1학점에 100만 원부터 3학점에 300만 원까지 학점에 따라 차등적으로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영어강의의 성적평가는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로 이뤄져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받는 경우가 많다.
 
   
 
 
영어강의 수강신청의 가장 큰 이유는 ‘선택권이 없어서’
 
  그러나 이러한 방식의 영어강의의 확대는 학생들의 수동적인 학습 태도를 유발하기도 했다. 설문조사 결과 55%(166명)의 학생이 ‘영어강의를 들어본 적이 있다’고 답했고, 이 중 대다수 학생들이 자발적이지 않은 이유로 강의를 선택했다. 강의를 들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던 학생들 중 절반이 넘는 51.8%(86명)가 ‘전공과목이 영어로 개설돼 선택권이 없어서’를 영어강의를 수강했던 이유로 꼽은 것이다. 실제로 이번 학기 언어정보학과 언어학개론, 고분자공학과 유변학, 경영학부 재무관리 등은 전공필수와 전공기초 과목이지만 영어강의 분반으로만 개설돼 있는 상태다. 이어 25.9%(43명)의 학생들이 ‘한국어 강의보다 좋은 성적을 받기 쉬워서’라고 응답했다. 이처럼 수동적인 동기에서 수업을 들으면 열의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의견이 있었다. 임수연(경영 2) 씨는 “전공필수과목이 영어강의라 피할 수 없어 듣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이해도가 떨어진다”며 “수업과 과제에 대한 부담이 커 수업에 들어가기 싫었던 적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국제화 지수 위해 장려하지만 학생?교수 모두 ‘울상’
 
  영어강의의 수가 각종 대외적인 평가 지수에 반영되면서 본부는 교수의 영어강의 개설을 장려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교수들은 계약상 의무적으로 영어강의를 개설해야 하기 때문에 수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김진우(경영) 교수는 “원어민이 아니다보니 강의내용의 깊이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우균(정보컴퓨터공) 교수도 “한국어 강의로 진행할 때에 비해 강의를 준비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이라며 “개인적으로 최신 영어표현을 쓰기 위해 따로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설문조사 결과 영어강의에 대해 ‘불만족’ 혹은 ‘매우 불만족’이라고 응답한 학생들 중 30%(12명)가 본인의 원어 실력의 부족을 그 이유로 꼽았지만 교수의 역량부족(부정확한 발음, 표현 등)도 27.5%(11명)의 학생이 불만족한 이유로 꼽았다.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유로 꼽은 학생들도 30%(12명)에 달했다. A(무역 2) 씨는 “수업내용에 대한 전달이 잘 안 이뤄지니 교수와 학생 모두 답답해했다”고 말했다. 교수가 학생의 수준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지적 또한 있었다. B(언어정보 1) 씨는 “교수님이 외국인 교환학생에게 더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수업을 진행하는 속도가 빨라서 이해하기가 더 어려웠다”고 말했다.
 
 
불명확한 규정에 제각각인 강의
 
  우리학교는 현재 ‘교육과정 편성 및 운영규정’ 상 영어강의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는 실정이다. 영어강의에 대한 불명확한 규정으로 인해 강의 환경이 저마다 다르다. 배병수(전자공 3) 씨는 “이전에 들었던 영어강의를 학생들이 거의 따라가지 못했다”며 “결국 교수가 강의 중반에 한국어 강의로 바꿨고 이후로도 해당 강의는 한국어 강의로 개설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어보다 영어가 더 익숙해 영어강의를 신청한 외국인 학생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각 교수의 방식이 다르다 보니 수업을 온전히 영어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고, 일부는 한국어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종윈옌(무역 2) 씨는 “영어강의이지만 과제를 한국어로 작성해 제출해야 경우도 있어 난감했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유학 온 C(관광컨벤션 4) 씨는 “교수마다 발음이 달라서 이해하기 힘들다”며 “한국식 영어 발음을 사용할 때 특히 어려웠다”고 말했다.
   
 

오나연 기자  ab2927@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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