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영화 <야간비행>

 

 
최근 다양성 영화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아직 다양성 영화를 보고 싶어도 어떤 영화를 어떻게 볼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이에 부대신문이 좋은 다양성 영화를 선정해 10회에 걸쳐서 소개한다.

-③영화<야간비행>

“왜 자꾸 나 훔쳐봐?”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친구의 좋아한다는 고백에 침을 뱉는 친구. 하지만 둘은 결국 서로 끌어안고 울 수밖에 없다. “친구가 없으면 이 세상은 끝이잖아”라는 말과 함께.

 

용주(곽시양 분)와 기웅(이재준 분), 기택(최준하 분)은 중학생 때 절친한 단짝 친구들이었다. 서울대를 목표로 공부하는 모범생 용주와 스스로를 ‘만화 오타쿠’라 칭하는 기택은 고등학교에 와서도 친하게 지내지만 기웅은 이들과 엇갈린 학창시절을 보낸다. 용주는 다른 아이들에

게 따돌림 당하는 기택을 감싸는 반면, 기웅은 일진들과 어울리며 폭력에 동조한다. 누구보다 여리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용주에게는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 하나 있다. 기웅을 좋아한다는 것. 하지만 용주가 좋아하는 기웅은 많이 달라졌다. 아버지가 해직을 당하고 노조활동을 하며 도망다니는 현실에 절망해 비뚤어진 길을 걷는다. 그는 늘 변함없이 자신을 애틋하게 바라보는 용주의 시선에 경멸어린 말을 내뱉지만 끝내 용주를 외면하지는 못한다.

 중학교 때 누구보다 끈끈했던 그들의 우정이 고등학교에서는 성립되지 않는다. 감독은 배신하고 배신당하는 세 친구의 관계 변화를 통해 학교 폭력, 계급 문제, 입시 경쟁, 소수자 차별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 속의 인물들은 사악한 가해자와 나약한 피해자로 이 분화되어 그려지지 않는다. 모두가 모순된 사회 구조의 피해자인 것이다. ‘성적 경쟁만 강요하는 정글 같은 학교에서 어떻게 우정이 부서지고 소수자들이 배척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이송희일 감독의 생각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여러가지 사회 문제들을 다루고 있지만 산만 하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뺄 것도, 더할 것도 없이 딱 우리네 사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퀴어영화라고 많이 알려졌지만 그보다는 혼자 남겨지는 것이 두렵고 불안한 청소년들의 성장이야기라 하는 것이 더 어울린다. 성, 사랑, 폭력, 질투, 상실감 등 성장드라마에 빠지지 않는 요소들이 다 들어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품이 여타 성장드라마와 다른 점은 가장 힘들고 아픈 순간에 멈춘 상태로 끝난다는 것이다. ‘몇 년 후’라는 자막과 함께 나오는 주인공들의 찬란한 모습은 전혀 기대할 수 없다. 그들은 여전히 세상에 반항하지도, 체념하지도 못한다. 영화는 목적지도 없이 아픈 비행을 하고 있는 결핍된 존재들을 위로한다.

 마지막, 학교를 떠나면서 용주는 담벼락에 낙서를 남긴다.‘ 여기에도 게이가 산다’ 그는‘ 여기에도 우리가 산다’고 외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두 소년을 통해 어디에도 없지만 언제나 있는 그들의, 우리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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