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3일부터 21일까지 9일간 서울 코엑스에서‘ 2014 서울 세계수학자대회 (ICM, International Congress of Mathematicians)’가 개최됐다. ICM이란 수학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학술대회로서 4년에 한번씩 개최되기 때문에‘ 수학의 올림픽’이라고도 불리며, 이 대회에서 ‘수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을 수여한다. 이번에 열린 서울 ICM은 120개국 5천여 명의 수학자가 참석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으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에도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대회는 성황을 이뤘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한국의 청소년들이 수학올림피아드에서 거두어들이는 뛰어난 성적 및 국제적 통계에 근거한 높은 학업성취도 평가 순위 등에 비하면-한국의 수학수준은 우수하다 할 정도의 것이 아니다. 현재 한국의 수학순위는 선진 8국과 중국, 이스라엘 밑인 11위에 그치며, 국제수학연맹에서 지정한 수학선진국분류등급에서도 최상위 등급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과거 중국 또한 2002년 ICM을 개최한 이후 수학의 중요성을 인지, 비약적 발전을 통해 지금의 위상을 일궈냈다. 따라서 한국에서 ICM을 개최한다는 것은 앞으로의 한국 수학 발전가능성에 있어 실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겠다.

특히, 경제적 어려움으로 참석하지 못했을 개발도상국 천여 명의 수학자들을 초청한 것은 한국이 이번 ICM을 유치할 수 있었던 가장 결정적 이유 중 하나이다. 선진국과 국제수학연맹의 도움으로 ICM에 참가할 수 있었던 과거 한국의 모습에서 이제는 나누고 베푸는 위치로의 성장이 인상적이다. 이 같은 노력으로 국제수학연맹 및 세계수학계가 소외된 계층의 지원을 확대하고 관심을 갖게 됐다는 의미에서도 한국이 세계수학계에 남긴 하나의 문화유산이라 할만하다.

또한 이번 대회의 필즈상 수상자들은 몇 가지 이례적이며 긍정적인 측면을 보여줬다. 하나는 필즈 역사상 최초의 여성 수상자를 배출한 것이다. 비단 수학뿐 아니라 많은 이공분야에서 여성보다는 남성의 비중이 더 큰 것이 사실이다. 이번 첫 여성 필즈수상은 여성수학자들의 잠재력을 보여주며, 여성의 수학계 진출과 활동을 권장하고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해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처음으로 북미나 유럽, 일본 외 국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수상자다. 선진국으로의 유학이 아닌 자국만의 교육방식으로 수상자를 배출했다는 것은 그 나라의 교육수준을 보여주는 훌륭한 지표가 된다. 이는 더 이상 미국이나 유럽의 교육만이 최선의 것이 아니라 어느 나라든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준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필즈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았다. 또한 우리나라의 많은 수학자들은 한국인 수상자가 나오기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보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수학올림피아드나 통계를 생각한다면 참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서울 ICM이 세계적 수준의 한국인 수학자를 기대할 수 있는 초석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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