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인문학이 강조되고 있다. 대통령이 인성 문제를 인문학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하였으며 올해 대기업 입사시험은 인문학적 소양에 대한 평가를 강화한다고 하였다. 오늘날의 인성 문제는 우리 사회에 오래전부터 잠재돼 있었다. 바로 사회의 변화에 의한 사회적 문제인 것이다. 지금 바로 지하철과 시내버스를 타보라! 남녀노소 모두 스마트폰에 집중하고 있다. 주변의 상황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 자기자신만의 세상에 갇혀 살고 있는 것이다. 문명의 발전에 의한 현상이다. 식구끼리도 거의 대화가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사회에서 가정교육은 제대로 되고 있을까?

가정교육은 가정에서 가르치는 일로 성격 형성과 가치관 형성에 크게 영향을 미치므로 가장 중요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모범적인 가정에서 자란 사람들은 직장 또는 사회생활에서도 바르고 성실하게 살고, 비정상적이거나 결손가정에서 자란 자녀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점은 인문학적 소양보다는 가정교육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가정교육은 인생의 기본교육으로 사람이 세상을 바르고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제공하는 원천이 된다고 생각된다. 이 세상의 모든 부모들은 자식들이 좋은 인성을 갖추고 사회적으로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똑같으리라고 본다. 아직 학생들은 자녀를 교육할 나이는 아니지만 지금 이 순간부터 교양과 지성을 쌓아 훗날 결혼하여 자녀를 갖게 된다면 모두 좋은 가정을 만들어 자녀들이 건전하게 자랄 수 있는 교육장소를 마련하기를 바란다.

다산이 승려 초의에게 학문의 바탕을 갖추기 위해 지녀야 할 덕목을 이른 적이 있다. 진취적인 학습 자세를 반복해서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전했다. “배우는 사람은 반드시 혜(慧)와 근(勤)과 적(寂) 세 가지를 갖추어야만 성취함이 있다. 지혜롭지 않으면 굳센 것을 뚫지 못한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힘을 쌓을 수가 없다. 고요하지 않으면 오로지 정밀하게 하지 못한다. 이 세 가지가 학문을 하는 요체다” 하였다. 첫 번째 덕목은 지혜다. 지혜로 찬견(鑽堅), 즉 나를 가로막는 굳센 장벽을 뚫어야 한다. 두 번째는 근면이다. 밥 먹고 숨 쉬 듯 기복 없는 노력이 보태져야 적력, 곧 힘이 비축된다. 세 번째로 꼽는 것은 뜻밖에 적(寂)이다. 공부에는 고요와 침묵으로 함축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전정(精精), 즉 정수와 정화를 내안에 깃들이려면 외부의 번화로부터 나를 차단하는 적묵(寂寂)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지혜로 속도를 내고 근면으로 체력을 다져도 침묵 속에 방향을 가다듬지 않으면 노력이 헛되고 슬기가 보람 없다. 방향을 잃은 지혜, 목표를 놓친 노력은 뼈에 새겨지지 않고 오히려 독이 된다. 제 재주를 못 이겨 발등을 찍고 제 노력만 믿고 남을 우습게 보는 교만을 심는다. 적(寂)을 가늠자 삼아 자칫 무너지기 쉬운 균형을 끊임없이 바로잡아야 한다고 일깨워 준 것이 절실하게 보인다.

요즘 지방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자굴자고(自屈自高)에 빠져있다. 서울에 소재한 대학의 학생들에게 기죽고, 같은 지방대라도 자신이 다니는 학교보다 못하면 업신여긴다. 학문은 중앙이 아니다. 중앙지역의 학교에 다닌다고 학문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인생은 자아완성의 긴 여행이다. 학문 역시 긴 여정이다. 좋은 학교와 좋은 스승이 학문을 높여 주는 것은 아니다. 학문은 나를 위해 공부하는 기나긴 여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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