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지대학교 상지대신문
전우재 편집장
상지대학교는 지금 새 총장 선임으로 논란이 거세다. 공금횡령과 부정입학 등의 비리로 상지대 이사장직에서 해임됐던 김문기 씨가 지난 8월 14일 새 총장으로 선임됐기 때문이다. 총장 선임이 발표된 직후 상지대 총학생회, 교수 협의회 등 학내구성원은 총장직 사퇴를 요구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김문기 씨의 사퇴 거부로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지대학교의 얘기를 들어봤다.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탄식이 절로 나왔다. 김문기 씨가 새 총장이라니. 이건 도무지 말이 안 되잖은가? 구재단 측이 장악한 이사회가 1년 6개월간 공석인 총장 자리에 측근을 앉힐 것은 충분히 예상했지만, 그게 김문기 씨일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 평소 “이러다 김문기 씨가 총장 하는 거 아니야” 농담하곤 했는데, 어처구니없게도 현실이 되고 말았다.

지난해 입학과 동시에 학보사 기자 생활을 시작한 필자는 김문기 씨가 복귀하는 일련의 과정을 똑똑히 지켜봤다. 그야말로 일사천리였다. 지난해 말 대법원이 ‘교육부 파견 임시이사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고, 올해 초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기다렸다는 듯이 구재단 측에 이사회 정이사 추가 선임권을 줬다. 이때부터 이사회는 김문기 씨 차남이 이사장을 맡는 등 사실상 구재단 측이 장악했다. 구재단 측은 정관 개정(이사 연임 제한 폐지)을 통해 장기 집권의 토대를 마련하고, 보직 인사로 측근을 요직에 앉혀 영향력을 강화했다(상지대 교무위원 일동 김문기 총장지지 선언). 이렇게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마침내 김문기 씨를 총장에 선임했다. 불과 1년 만에 김문기 씨 세력이 상지대 운영권을 완전히 틀어잡은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을 취재하면서 어이가 없었다. 사학분쟁을 조정해야 할 사분위가 사학분쟁을 ‘조장’하고, 구재단 측이 자기 잇속을 챙기는데 골몰하는 꼴이 가관이었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사학비리의 대명사’로 불리는 김문기 씨를 총장에 선임하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과거 사학비리를 저지른 당사자가 다시, 그것도 같은 학교를 운영한다는 건 누가 보더라도 말이 안 된다. 김 씨가 아무리 총장으로서 학교 운영을 잘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는 이미 사학비리를 저지름으로써 교육계에 발붙일 명분을 잃은 것이다. 더구나 김 씨의 하수인이나 다름없는 구재단 측 이사들은 지난해까지 중도퇴장·무단불참 등으로 이사회 파행을 이끌어 학교 운영에 심각한 손해를 끼친 바 있다. 그런데 인제 와서 김 씨가 학교 발전을 위해 총장을 하겠다고 나섰으니, 누가 진정성을 믿을 수 있을까?

구재단 측은 취재진 앞에서는 구성원들에게 대화 제의를 하며 화합을 종용하는 척한다. 하지만 뒤로는 총동창회, 학부모회 등 정체불명 단체를 동원해 김문기 씨 복귀 찬성 여론을 조성하고, 김 씨 복귀에 반대하는 학생들을 좌파 교수들의 정치 선동에 놀아나는 것으로 몰고 있다. 과거 구재단 측이 김문기 씨에게 항의하는 학생들을 빨갱이로 몰았던 ‘상지대 용공조작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상황이다. 학생과 교직원이 총장실 앞에서 물리적으로 충돌하고, 학내 구성원과 김 씨를 지지하는 일부 단체가 서로 몸싸움 직전까지 가는 등 상황도 점점 더 격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김 씨와 구재단 측은 나 몰라라 요지부동이다.

단도직입적으로, 김문기 씨가 진정 학교 발전을 원한다면 조속히 사퇴하는 것이 옳다. 김 씨는 투자와 헌신을 통해 상지대를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 말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구재단 측 이사들이 그간 이사회에서 해온 모습을 보면 공허한 말이라는 것이 명약관화하다. 더구나 지금처럼 학내 구성원과의 반목이 지속된다면 어차피 정상적인 직무수행을 기대하기 어렵다. 요컨대 김 씨의 버티기는 아무런 명분도 없고, 실리마저 잃는 행동일 뿐이다.

끝으로, 편집장으로서 학보 얘기를 잠깐 하자면, <상지대신문>은 김문기 씨 복귀 문제에 대해 꾸준히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지난 1일 자(513호) 신문에도 사설 등을 통해 김문기 총장 사퇴를 요구했다. 학보 특성상 발행인인 총장을 직접 비판하는 것이 솔직히 부담스럽지만, 그렇다고 침묵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상지대신문을 비롯한 학내 구성원은 결코 대단한 걸 요구하는 게 아니다. 사학비리 전력자에게서 학교 운영권을 박탈하라는 상식적인 요구, 이것이 하루 빨리 받아들여지길 바랄 뿐이다. 그때까지 우리는 맞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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