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필자가 고등학생이 되던 해였다. 텔레비전에서는 온통 용산 4구역에서 벌어진 사건, 즉 ‘용산 참사’를 말하고 있었다. 용산 4구역 재개발의 보상대책에 반발한 철거민 30여 명이 망루에 올라 경찰과 대치하다 화재가 발생해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사망하고 24명이 부상당한 사건이었다. 무허가 주택촌을 취재하면서 문득 떠오른 장면은 바로 그때 뉴스 속에서 절규하던 철거민들의 모습이었다. 혹자의 눈에는 타인의 땅에서 무허가로 집을 짓고 살면서 철거를 반대하는 사람들이나, 재개발 지구에서 이주를 거부하는 사람들이나 모두 억지를 부리는 것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왜 버티는 것일까? 보상금을 더 받으려고 그러는 것일까?


  본래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에 따라 추진되는 재개발의 목적은 원주민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다. 하지만 택지 개발을 통한 이윤 추구가 주목적이 되면서 배제된 사람들이 발생한다. 바로 토지나 건물 소유권이 없는 세입자 등 실질적 거주자다. 주민들에게 제공되는 공공임대주택 입주 기회 역시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임대료 지급을 위한 목돈도 없을뿐더러,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그들에게는 매달 내야하는 관리비도 큰 부담이다.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는 것도 힘들다. 주거지의 이동은 직장의 이동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철거민들에게 보상은 두 번째 문제다. 쫓겨나는 그들에게 주거는 단순히 ‘사는 집’이 아니라  삶과 생존, 그 자체다.


  개발 지구의 원주민들이 생존을 부르짖고 있는 상황에서도 온 나라는 개발과 부동산 투기에 혈안이다. 재개발 사업이 시작되거나 각종 부동산 규제가 완화되면 언론을 통해 ‘부동산 시장 활성화 훈풍 분다’, ‘주택 시장 온기 확산’이라는 식의 기사가 쏟아진다. 원주민들에게 입주권이 부여될 임대 주택이 건설되는지, 임대 주택에 들어가지 못하는 가난한 원주민이 다른 주거지를 찾았는지 따위에는 관심조차 없다. 개발로 달동네를 없앤다고 해서 빈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부자들의 ‘훈풍’과 ‘온기’는 그들 사이에서만 머문다.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함이라던 재개발 ‘사업’은 이미 ‘상업’이 돼버린지 오래다.


  전면 철거식 재개발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냈던 용산 참사. 이후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변한 것은 없다. 지금도 재개발 지구의 주거민들은 철거의 위험 속에서 자신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멀쩡히 집에서 살던 사람도 쫓겨나는 마당에 법적으로 그 어떤 보장도 받을 수 없는 무허가촌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취재를 위해 찾았던 서울의 남태령 전원마을, 부산의 철탑마을이 바로 그러한 곳이다. 좁은 골목에 늘어선 판잣집과 비닐하우스, 슬레이트 지붕과 파란색 물탱크. 흡사 80년대 산동네의 모습을 한 무허가 주택촌. 남들 보기에 낡고 허름해 보일지는 몰라도 그들에게 마을은 어느 곳 보다 온기가 가득한, 소중한 ‘나의 집’이다. 주민들은 스스로를 ‘돈 없고 빽 없고 배운 것 없는 3無 인간’이라 불렀지만 그들에게도 소박한 꿈이 있다. 외부인이 아니라 원주민 스스로가 마을을 지키고 가꾸는 것. “우리 마을은 우리 손으로 만들고 싶다”던 그들의 힘겨운 싸움을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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