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역의 대표적인 대안문화공간 아지트가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원래 자리하고 있던 부산대 인근 건물이 철거됨에 따라 장전동의 장성시장으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아지트는 장성시장 부근으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장성시장 안에는 새로 옮긴 갤러리, 목공소 등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은 장성시장 안의 B-gallery로, 바로 옆에는 장성시장의 상인들이 채소를 팔고 있다
‘대안문화행동 재미난 복수(이하 재미난 복수)’에서 운영하는 아지트는 우리학교 앞의 대표적인 대안문화공간이었다. 이곳에 여러 작가들이 입주해 전시와 공연 활동을 하고 제로페스티벌 개최 등을 통해 우리학교 주변에 대안문화를 알리는 데 힘써 왔다. 아지트는 지난 7월 원래 입주하고 있던 건물의 계약이 만료됨에 따라 장성시장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 건물에 기능이 모여 있던 이전의 아지트와는 달리 장성시장의 비어있는 상가를 이용해 다양한 공간들을 만들고 독립적 운영을 시작했다. 재미난 복수 김건우 대표는 “언젠가는 자리를 옮겨야 했기 때문에, 수개월에 걸쳐 새로운 시설을 마련해왔다”고 말했다. 그 결과가 현재 새로 옮긴 아지트의 모습이 된 것이다.
 
Agit(아지트)가 아니라 B
 
아지트는 더 이상 아지트가 아니다. 옮기면서 아지트라는 이름을 쓰지 않기로 했다. 동시에 하나의 공간에 갤러리, 공연장 사무실 등의 기능이 집약되어 있던 것을 7개의 공간에 분산시켜 독립적 운영을 하는 형태로 거듭났다. 재미난 복수의 김건우 대표는 “개별공간에 독립적인 운영권을 부여해 좀 더 창의적이고 접근성 좋은 공간을 만들려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독립 공간으로는 △공연장인 B-hall △전용 갤러리인 B-gallery △사무실이자 레지던스 공간인 B-house △채식주의 카페 나유타 △DIY목공소인 우리동네 목공소 등이 함께 운영되고 있다. 이 중 B-house는 장성시장과는 한 블록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다. 이곳은 재미난 복수의 사무실과 레지던스로 사용되고 있다. 손님을 받는 게스트 하우스로도 사용되고 있다.
장성시장 안에 본격적인 대안문화공간들이 기다리고 있다. 시장의 골목이라는 배경에 이질적으로 남겨진 공간이라는 점이 큰 인상을 남긴다. 여기에는 갤러리와, 나유타 카페, 목공소 등이 자리잡고 있다. 이 세 공간 모두 장성시장 안의 골목에 있다. 갤러리에서는 여러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고 경매되고 있다. 갤러리 큐레이터 박수지 씨는 “재미난 복수의 네트워크를 통해 많은 작가들이 갤러리를 찾는다”고 말했다. 나유타 카페는 3명의 매니저가 함께 운영하는‘ 채식주의’ 카페다. 공동 매니저 중 한명이 채식주의자여서 시작된 이 카페는 작지만 예술가들의 공연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카페 매니저 중 한명인 조수지 씨는“ 한번 오셨던 손님들은 매우 좋아한다”며“ 손님들이 와서채식의 매력에 대해 생각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공연장 B-hall에서 음악가 오마르(모로코) 씨가 나유타 카페의 매니저 나카(일본) 씨와 함께 공연 연습을 하고 있다
이 외에도 공연장(B-hall) 등이 여러 사람들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지하에 마련된 공연장은 지난번엔 한 국회의원의 강연회가 이뤄지는 등 다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박수지 씨는“ 많은 프로그램들을 준비 중이니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간 이름에 B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B에 붙은 의미는 없다. 오히려 사람들의 상상에 맡기는 편이다. 김건우 대표는 “B의 의미를 많은 사람들이 계속 상상하는 것도 재밌어보여 따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안문화의 첨병은 살아있다
 
생활속의 대안문화공간. 재미난 복수가 꿈꾸는 발전방향이다. 아지트는 설립 이래 지속적으로 부산대 주변에서 대안문화를 알리는 선봉장 역할을 해왔다. 우리학교 학생들의 관심은 여전히 적은 편이다. 하지만 재미난 복수는 부산대 앞을 포기하지 않는다. 대안문화가 건강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대학생이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건우 대표는 “대학생들의 관심이 부족한편이지만, 대학생부터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대안문화는 한 마디로 정의내릴 수 없는 분야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종류의 예술을 하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을 모으는‘ 아지트’가 부산대에 있다. 모로코에서 와 B-house에 거주하고 있는 뮤지션 오마르 씨는“ 부산, 특히 아지트에서는 진정 하고 싶은 걸 한다는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대안문화공간의 정체성은 그 자유로움일지도 모른다. 아지트는 그 자유로움과 다양성의 첨병인 것이다. 재미난 복수는 지금도 여전히 많은 대안문화행동을 기획하고 있다. 올해도 우리학교 앞의 여러 아티스트와 함께 제로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새롭게 자리 잡은 재미난 복수의 향후 행동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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