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친환경적이고 인간적인 소비를 통해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라는 의미의 착한 소비. ‘착한’ 소비는 정말 착한 것일까? 사람들 사이에서 착한 소비 생활이 떠오르면서 이를 비판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늘고 있다.

 
 
도덕성이 당신의 소비욕구를 자극한다
 
 
  소비자들의 착한 소비는 주로 기업의 ‘착한 마케팅’에 의해 이루어진다. ‘착한 마케팅’은 기업이 사회적 이슈들에 가까이 접근해 공익에 기여하고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착한 마케팅은 소비자로 하여금 내가 누구를 어떻게 돕는지 확실히 인식하게 하고 기부 욕구를 불러 일으킨다. 기업은 착한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에게 착한 소비를 종용하고, 소비자는 착한 소비라는 아주 쉬운 방법으로 기부할 때의 뿌듯함, 즉 감정적 보상을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부분에서 주의를 요한다. 한국소비자원 박윤영 연구원은 “착한 소비를 통해 느끼는 뿌듯함은 또 다른 소비를 불러온다”며 “비판적 의식 없이 무조건 ‘좋다’는 생각에 하는 무분별한 소비를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선행’이나 ‘윤리’마저 돈으로 살 수 있는 상품이 되고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양명숙(이화여대 소비자학) 교수는 “착한 소비 활동은 소비자의 행위를 강조하다보니 기업에 우호적이지 않던 소비층까지 구매 세력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매력적인 마케팅 기법으로 이해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 교수는 “착한 소비라는 개념에는 생산자에 대한 배려까지 소비자의 몫으로 넘기려는 관념이 깔려있다”며 “착한 소비를 강조하는 것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투명하고 동등한 관계를 기대하기 어렵게 한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로 하여금 착한 소비가 아닌 현재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소비는 ‘악한 소비’라는 생각을 갖도록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함정’이 있는 착한 마케팅
 
 
 
  기업의 착한 마케팅에는 ‘함정’이 있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10년 ‘도미노 피자’는 ‘1/2 행복나눔 캠페인’을 시행했다. 고객은 15% 할인된 가격으로 피자 1판을 주문하고 0.5판만 받게 된다. 남은 0.5판에 도미노 피자 측이 나머지 0.5판을 기부해 고객의 이름으로 어려운 이웃에게 전해주는 것이다. 얼핏 보기에는 도미노 피자라는 기업의 ‘훈훈한’ 캠페인 같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도미노 피자는 85%의 가격에 1.5판을 판매한 셈이지만 소비자는 85%의 가격에 겨우 0.5판만 얻었다. 반면 원가를 따지면 기업 측에서는 손해본 것이 없을뿐더러 소비자의 돈을 이용해 손쉽게 기업의 이미지를 마케팅한 것이다. 이 캠페인에 참여했다는 김수현(해운대구, 22) 씨는 “당시 어린 나이에 피자도 먹으면서 좋을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 엄마를 졸라 피자 반 판을 먹었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큰 의미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함을 말해주는 예시다. 착한마케팅연구소 박진석 연구원은 “착한 마케팅이라는 것이 이윤 창출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닐 뿐 이윤 창출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착한 마케팅이 상품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착한 소비’하면 생각나는 ‘친환경’, ‘에코’ 등의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다. 김현주(조경 2) 씨는 “친환경 매트라고 해서 구입한 적이 있는데 일반 매트와 다른 점을 느끼지 못했다”며 “기업이 ‘친환경’이나 ‘유기농’과 같은 그럴듯한 단어를 넣어서 가격을 높게 매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대로 알고 현명하게 소비하자
 
 
  이렇듯, 소비자들에게는 ‘착한 소비란 정말 착한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 필요하다. 박윤영 연구원은 “소비자들이 ‘착한 소비’라는 말에 속아 옳지 않은 소비를 하지 않길 바란다”며 “자신의 소비 행위가 미칠 영향에 대해 꼼꼼히 따져보고 신중하게 선택해야 진정으로 ‘착한 소비’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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