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달 23일, 서울 노원휴먼라이브러리에서 학생들이 사람책으로 나선 노원구청장을 함께 열람하고 있다

  조용히 도서관에 꽂혀 있는 딱딱한 책이 아닌, 살아 숨 쉬며 말까지 하는‘ 사람책’. 지난달 26일 저녁, 기자가 직접 사람책을 열람해 보았다.

  도서관에 가서 찾기만 하면 바로 열람하고 대출도 할 수 있는 종이책과 달리 사람책은 사전에 열람 신청이 필요했다. 기자가 사람책 열람을 위해 이용한 곳은‘ 위즈돔 휴먼라이브러리’라는 곳으로, △정치 △사회 △예술 △환경 △인생사 등 다른 사람책 도서관보다 비교적 많고 다양한 장르의 사람책을 만날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직접 사람책이 되겠다는 신청과 사람책 열람뿐만 아니라 원하는 사람책을 요청할 수도 있다. 기자는 원하는 주제와 열람 가능한 시간대 등을 고려해 한국미술치료연구센터 이윤희 소장을 열람하기로 결정했다. 만 원 가량의 대출료를 결제하니 열람 장소와 시간이 문자메시지로 도착했다. 사람책은 종이책과 달리 사람이기에 열람 시간에 늦을 경우 미리 연락 달라는 내용까지 함께였다.

  일대일 열람도 가능하지만 이번에는 이윤희 소장을 열람하고자 하는 다른 독자 9명과 함께 참여했다. 사람책과 독자들이 간단한 자기소개를 한 뒤 이윤희 소장은‘ 미술로 마음 치유하기, 미술 치료사의 세계’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소장은 △미술 치료의 개념 △미술치료사가 된 계기 △기억에 남는 미술 치료 사례 △미술 치료사가 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일방적인 강의가 아닌 독자들과 함께 소통하고 대화하는 방식이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니, 솔직한 질문과 대답이 끊이지 않았다. 정현지(서울시 동대문구, 26) 씨는“ 미술 치료사가 되려면 얼마 정도의 비용이 필요한지 궁금하다”며“ 전문가의 솔직한 대답이 듣고 싶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그렇지, 이런 건 종이책에 자세히 나오지 않죠. 이래서 사람책이 좋다니까”라고 웃으며 답했다. 미술 치료에 흥미가 있는 사람들이 모였으니 직접 미술 치료를 맛보기도 했다. 각자 그린 그림을 보고 이윤희 소장이 그 사람의 특성을 설명해주는 과정이었다. 이 소장은“ 미술 치료는 점쟁이나 무당처럼 때려 맞추는 것이 아니라 여러 임상을 통해 축적된 데이터와 패턴을 바탕으로 그림을 분석해 치료를 돕는 것”이라며“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 정신, 감정의 문제들을 그림을 통해 건강하게 회복할 수 있도록 한다”고 전했다. 기자가 그린 그림을 본 이소장은“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굉장히 단호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며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평소에도 남들에게 많이 듣는 이야기를 기자에 대해 전혀 모른채 단순한 그림 하나만 보고 말하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독자들도 모두 신기해하며 더욱 미술 치료의 세계에 빠져드는 것 같았다.

  독자들이 이 소장을 열람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사람책을 열람해보고 싶어서’‘,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서’ 등으로 다양했다. 김진영(서울시 종로구, 35) 씨는“ 인터넷에서 사람책을 알게 돼서 열람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시간이 맞아 신청했다”고 말했다. 평소 미술 치료에 관심이 많아 열람을 신청한 사람도 많았다. 이날 이 소장을 열람한 이지혜(서울시 강남구, 24) 씨는“ 진로를 고민하던 중 미술 치료사에 관심이 생겨 열람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이윤희 소장이 사람책이 되기로 결심한 이유 역시 인상적이었다. 벌써 30회가 넘게 사람책으로서 대출되고 있는 이 소장은 “미술 치료라는 것을 많은 사람에게알리고 싶다는 마음에 시작했는데, 이렇게 오래 독자들을 만나게 될 줄 몰랐다”며“ 나를 통해 미술 치료에 대해 알아가고 미술 치료사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는 독자들을 보면 뿌듯하다”고 전했다.

  사람책 열람은 독자들의 소감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이동영(서울시 송파구, 43) 씨는“ 미술 치료에 관한종이책이 많지만 그보다 사람책이 더 좋은 이유는 보다 생생하고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야말로 ‘살아 숨 쉬는’ 책을 통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어 뜻 깊은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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