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이제 종이로만 책을 읽지 않는다. 디지털 파일로, 음성으로, 책은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다. 그런데 이제 사람을 통해 독서를 하는 시대가 왔다. 사람이 책이 되어 독자들에게 살아있는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책이 화제가 되고 있다.
 
사람책이란 사람이 직접 책이 되어 독자들에게 자신의 지식과 경험, 정보, 노하우 등을 이야기해주는 독서 프로그램이다. 처음 사람책이 등장한 곳은 덴마크의 음악축제 로스킬데 페스티벌이다. 이 행사를 기획한 로니 아버겔은 사회에서 소외당하는 소수자들에 대한 편견을 타파하는 것을 사람책의 목표로 삼았다. 초기 사람책도서관은 사회운동의 성격을 띄고 있었던 것이다. 이후 그는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사람책을 홍보하였고 유럽을 중심으로 사람책도서관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는 2010년 2월 국회도서관에서 처음 사람책 도서관이 시행됐다. 이후 명동성당, 대안학교 등에서 이벤트성 사람책 도서관이 열리기 시작했다. 현재는 서울과 수도권의 각종 국공립 도서관 위주로 상설 사람책 도서관이 운영되고 있다.운영되고 있는 상설 사람책 도서관으로는 노원 휴먼라이브러리, 위즈돔, 대구의 아울러 사람도서관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상설 사람책도서관의 경우소수자들에 대한 편견을 타파한다는 본래 사람책도서관의 취지와는 다른 양상을 띠게 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상설 사람책도서관 노원휴먼라이브러리 정상훈 씨는“ 상설 사람책도서관의 경우 주요 독자층이 생활에 치여 사는 직장인이나 주부들이기 때문에 소수자들에 대한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다”며“ 독자들은 자신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사람책을 열람하는 추세이다”라고 전했다.
 
이렇게 변화된 양상에 대해 사람책이 단순 지식전달의 수단이 되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노원휴먼라이브러리 양시모 관장은 “사람책을 통해 전달되는 것은 단순한 지식이 될 수 없다”며 “사람책이 주관적인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면 독자가 그 경험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고 지식은 부차적으로 따라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하는 사람책 열람신청은 온라인으로도 가능하다. 각각 노원휴먼라이브러리(왼쪽)와 위즈돔(오른쪽)의 온라인상 사람책 열람신청 화면
 
상설 사람책 도서관의 경우 독자가 원하는 사람책을 열람 신청하면 도서관 측에서 사람책과 독자가 만날 수 있는 시간대를 조정해주고 장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평균 일주일에 10번 정도의 열람이 이루어진다. 사람책 등록은 신청을 받거나 도서관에서 직접 섭외한다. 하지만 신청이 활발하지 않아 사람책 섭외에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다. 양시모 관장은“ 온전히 자원봉사로 이루어지고, 자신의 인생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람책이 되기를 꺼린다”며 운영상의 고충을 토로했다.
 
최근에는 서울시립대학교에서도 사람책 도서관을 개관하여 올해 말까지 사람책 서비스를 진행한다. 직장인, 청소년,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계층의 사람들이 사람책도서관에 참여하는 추세이다. 그렇다면 사람책도서관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양시모 관장은 “객관적이고 정확한 지식을 원한다면 종이로 된 책을 보는 것이 빠를 것이다. 그러나 사람책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경험을 통해 습득된 살아 있는 정보이다”고 말했다. 어떤 분야에 대한 세부적이고 생생한 경험담은 반드시 사람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종이책을 통해 알 수 없었던 의문점이 있다면, 또는 살아있는 삶의 지혜를 얻고 싶다면 사람책 도서관을 찾아가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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