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1년 9월, 미국 애리조나 주 투손에는 거대한 건물이 하나 들어섰다. 내부는 3,800여종의 동식물로 구성돼 흡사 축소된 지구와 같았다. 외부와의 소통은 완전히 불가능했으며 밀폐 상태로 유지됐다. 선발된 남자 4명과 여자 4명은 이곳에서 자급자족적 농업을 하며 생존 훈련을 시작했다.

  이 생태 실험은 ‘바이오스피어(biosphere)2’라고 불린다. 우리가 사는 지구 생태계의 다른 말이 바이오스피어이므로, 인공으로 만든 이러한 생태계를 ‘바이오스피어2’라고 표현한 것이다. 연구자들의 일차 목표는 바이오스피어2가 지구 생태계의 환경이 그대로 재현되는지 실험하는 것이었고, 이것이 가능하다면 다른 행성에서도 이러한 시설을 건설해 우주 식민지를 만들 수 있음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인간 실험 : 바이오스피어 2>, 제인 포인터)

  하지만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 가장 큰 문제는 산소였다. 콘크리트 구조물의 흡수와 과 미생물들의 소비로 인해 산소 농도는 급격히 하락했고, 이산화탄소 농도는 나날이 증가했다. 대기가 불안정해지자 동식물들이 멸종하기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식량 부족에 시달렸고 그들 사이에 갈등 또한 심각해졌다. 결국 그들은 2여 년 만에 피폐한 모습으로 인공생태계를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눈치 빠른 독자들은 알아차렸을지도 모른다. 이 실험은 유토피아를 구현하려는 시도였다. 유토피아는 ‘이상향’이라는 뜻으로 통용되지만 본래의 뜻이 ‘존재하지 않는 곳’인 것처럼 바이오스피어2 실험은 인류에게 현실을 직시하도록 만든다. 축구 경기장만 한 인공 생태계는 겨우 인간 여덟 명의 물질대사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다. 얄팍한 지식을 가진 인간이 결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려 해서는 안 된다는 너무도 명확한 교훈을 남긴 것이다.

  이 역사적인 생태 실험의 내용을 살펴보며 필자는 우리나라를 생각했다. 최근 한반도는 가히 바이오스피어3라고 지칭해도 될 만큼 실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토피아를 꿈꾸며 실험에 임하는 태도는 바이오스피어2와 별반 차이가 없다. 문제는 실험 이후다. 이 사회에서 실패한 실험은 되돌릴 수 없고, 폐기물은 모두 우리에게 돌아온다. 단적인 예로 결국 ‘질러버린’ 4대강 사업은 한반도 담수 생태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쳤고, 매년 찾아오던 철새 대신 이름 모를 벌레와 마주하게 됐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에게는 특례입학과 의사상자 지정을 특별 법안으로 내놓아 그들의 가슴에 또 한 번 구멍을 뚫은 것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다. 기득권세력의 실험장으로 전락한 한반도에서는 ‘안 되면 말고’ 식의 무모한 실험의 결과가 이미 잔인하게 드러나고 있다.

  실패로 돌아간 바이오스피어2는 현재는 관광지가 됐으나 한반도에서는 오늘도 엽기적인 실험은 계속 된다. 오늘은 또 어떤 실험의 결과가 우리와 마주할까. 그들만의 유토피아를 실현시키기 위해 진행되는 실험을 손 놓고 보고만 있을 텐가. 한반도라는 스피어에 탈출구는 없다는 것을 잊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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