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놓고 정치권이 소용돌이 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은 유가족이 신뢰할 만한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으며, 그 결과 유가족들은   정치권의 특별법 합의안이 참사의 진실을 밝혀줄 것이라고 믿지 않고 있다.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구한 희생자 부모의 목숨을 건 단식은 시민들의 동조단식으로 확산되었고 유가족들의 요구를 수용하라는 시민서명은 500만 명을 넘어섰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통령은 꼼짝도 안 하고 있으며 여당 정치인들은 세월호 참사를 해상 교통사고일 뿐이라고 폄하하고 국회에서 시위 중인 유가족들은 노숙자라고 부르고 있다. 참으로 비정하고 한심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 결과 대한민국에서 지금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정치의 진공상태이자 국가 권력에 대한 무한불신이라는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인데, 그 중심에는 대통령의 독선과 아집이 있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왜 이러는 것일까? 대통령은 이렇게 보인다. 첫째, 성장기 경험은 사람의 일생을 규정한다. 박 대통령은 권위주의적이고 군사주의적인 아버지 밑에서 권위주의와 군사주의를 자신과 일체화했다. 존경과 자발적 복종을 가져오는 '권위'가 아니라 상대에 군림하고 압박하는 '권위주의' 그리고 대화와 타협이 아니라 이기고 격퇴하는 '군사주의'를 뼈 속 깊이 체득했다는 말이다. 박 대통령은 그래서 권위주의와 군사주의의 화신에 다름 아니다. 
 
  권위주의와 군사주의는 민주주의의 기본인 만인 평등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하며, 자유주의 핵심인 합리주의와 이성주의를 가로막는다. 그래서 대통령에게 국민은 자신과 동등한 대상이 아니며 그저 권위주의를 행사할 대상밖에 안 된다. 결국 대통령에게 국민은 자신과 합리적으로 대화할 대상이 아니라 침묵으로 압박하고 결국에는 자신이 이겨야하는 하위적 대상일 뿐이다. 또한 대통령은 청와대 둘레에 권위주의적이고 군사주의적인 참모들로 인의 장막을 치고 있다. 민주적이고 자유주의적인 참모들은 대통령과 체질적으로 안 맞는 것이다. 
 
  둘째, 인생 위기 시의 경험은 또 다른 위기 시에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가로막는다. 트라우마 효과이고 역설의 효과이다. 박 대통령은 핵심 측근에 의해 피격당한 아버지의 비극을 잊지 못한다. 권력은 측근에 의해 만들어지지만 역시 측근에 의해 무너진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안다. 그래서 박 대통령은 일반 여당 정치인은 물론이고 자신의 측근마저도 깊이 신뢰하지 않는다. 권위주의와 군사주의를 체득했으며 충성하고 또 충성하는 극소수 참모만을 옆에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극소수 참모가 박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죽이고 있다. 아버지가 총탄에 비극을 맞았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시대에 맞지 않는 권위주의와 군사주의를 체화한 극소수 참모에 의해 비극을 맞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의 비극은 여기에 있다. 게다가 극소수 파워엘리트에 의한 독점적 국가 운영은 전혀 민주적이지 않으며 황당히 권위주의적이다. 아시아 1위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의 21세기 정치에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다. 현재 대한민국의 비극은 여기에 있다. 
 
  박 대통령의 성품과 인성이 바뀌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대통령의 그러한 성품과 인성을 견제할 사람들이 필요하다. 우선 청와대 둘레의 권위주의적이고 군사주의적인 인의 장막을 걷어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과 체질이 안 맞더라도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람들이 중용되어야 한다. 
 
  문제는 야당과 시민사회가 아무리 요구해도 대통령에겐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귀와 머리는 충분히 권위주의적이고 군사주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여야 정치권과 시민사회 내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람들이 청와대의 인적쇄신을 요구하는 데 힘을 합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 주변 소수 파워엘리트들의 권위주의와 군사주의 성향을 끊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깊은 실의와 분노에 빠진 유가족의 마음을 전혀 위로해주지 못하는 이 못나고 실망스러운 한국정치지만 그래도 길은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게 대통령도 대한민국도 더 이상 위기로 빠져들지 않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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