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지원이 없어 시민들의 후원으로만 운영되는 역사관. 그러나 전시실 한편에 놓인 모금함 마저도 텅 비어 있다
 
  부산 유일의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민족과 여성 역사관’이 운영비 부족으로 또다시 폐관 위기를 맞았다. 2012년 이후 해마다 겪는 폐관 위기를 시민들의 모금과 후원으로 모면하고 있지만 여전히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중앙정부는 이와 별개로 520여억 원을 투입해 ‘일제 강제동원 역사 기념관’을 건립해 놓고도 해당 건물을 개관조차 하지 않은 채 방치하고 있다.
 
반복되는 폐관 위기, 공간 부족에 전시 자료 방치
 
  수영구에 위치한 ‘민족과 여성 역사관’은 위안부문제대책부산협의회 김문숙 이사장이 지난 2004년 자비 1억 원을 털어 건립한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이다. 여성인권운동가인 김문숙 이사장과 강화숙 관장이 수십 년 동안 직접 수집한 자료를 전시하고 있으며 역사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하지만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운영비가 부족해 관람객이 없을 때는 불을 꺼놓고 지내고, 냉방과 난방이 이뤄지지 않는다. 창고로 활용되던 상가 건물을 임대해 역사관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전시 공간이 좁아 원활한 전시가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바닥에 방치된 자료들도 많다. 강화숙 관장은 “1,200점이 넘는 자료가 있지만 모두 보여주지 못한다”며 “귀중한 자료를 발견해도 여비가 없어 수집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자금난이 심화돼 지난 2012년부터 지속적으로 폐관 위기를 겪고 있지만 그때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금과 후원으로 위기를 극복해왔다. 그러나 최근 새로운 건물주가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면서 또다시 폐관 위기를 맞은 상황이다.
 
10년 째 운영한 역사관, 정부 지원은 전무해
 
  민족과 여성 역사관은 국제 행사에서 우리 정부의 전시 자료로 활용될 정도로 귀중한 자료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관련 소송에서 유일하게 승소한 ‘시모노세키 재판’ 당시의 자료도 모두 보존 중이다. 하지만 중앙정부 및 지자체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올해부터 부산시 측에서 매달 월세를 지원해주기로 했지만 건물 임대료 상승분은 지급되지 않아 월세를 감당할 수 없게 됐다. 김문숙 이사장은 “폐관 위기 때마다 지자체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역사관을 살릴 생각은 없고 자료를 대신 보존해 줄 곳만을 알려주겠다고 답변했다”며 “시민이 자발적으로 하는 일이라고 지원도 없이 방관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정부는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만 예산 지원을 할 뿐이다. 부산, 대구 등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위안부 관련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관심으로부터 소외받고 있는 것이다. 이들 시민단체는 후원금으로 운영이 이뤄지지만 모금액도 많지 않아 안정적인 운영이 불가능한 상태다.
 
정부 차원 기념관 건립하고도 ‘나 몰라라’
 
  시민단체를 외면해온 정부가 이와 별개로 위안부 역사관을 부산에 건립했다. 그러나 이 또한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다. 정부는 일제강점기 때 부산항이 강제 동원 출발지였고 피해자의 22%가량이 경상도 출신이었다는 이유로 부산시 남구 당곡공원에 ‘일제 강제동원 역사 기념관’을 건설했다. 지하 4층, 지상 3층 규모로 2012년 개관할 계획이었지만 예산 지원 순위에서 밀려 지난 6월이 되어서야 준공이 완료됐다. 그러나 준공 2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념관의 관리와 운영을 맡을 정부 부처가 정해지지 않아 개관이 불투명한 상태다. 국·시비 520여억 원을 들여 건설해놓고도 그냥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민족과 여성 역사관 측이 정부에 ‘일제 강제동원 역사 기념관’ 운영에 참여할 의사를 밝혔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정부는 역사관 측에서 수집한 사료들을 활용할 수 있고, 역사관은 안정적인 운영을 보장받을 수 있는 상황이지만 이마저도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강화숙 관장은 “이사회 회의를 해야 논의할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관리 부처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 회의가 언제쯤 열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일제의 강제동원 실상을 알리고 역사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지어진 역사관이 정부와 지자체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