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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적인 것에 대한 단편들] (10)
  • 윤인로 문학평론가
  • 승인 2014.06.09 12:55
  • 호수 1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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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울 클레, <대천사Erzengel>, 황마(무명)에 유화, 100×65cm, 1938.

‘최종적인 것에 관한 단편들’이라는 이름의 이 연재를 여기서 끝낸다. 그 첫 번째 글이 클레의 <불의 폭풍>이었으므로 이 마지막 글을 다시 클레의 그림으로 채워 처 음과 끝을 하나이게 하려고 한다. 위의 그림을 보자. 불의 눈을 뜬 대천사의 얼굴은 달아 재는 저울의 형상이다. 그 저울은 ‘ 메네 메네 데겔 우바르신’이라는 신의 문자 속에서 파국과 끝으로 도래중인 ‘불의 폭풍’ 혹은 ‘태우는 불’의 속성을 공유한다. 대천사의 타는 얼굴, 곧 매달아 재는 저울 위에 그려져 있는 도형은 스페이드의 변형 이며, 그것은 다윗, 검(劍), 죽음, 끝, 파괴 등을 뜻하는 신성의 도상이다. 클레의 <대천사>는 이상이 말하는 ‘최후의 종언’과 그것을 발생시키는 신의 힘에 맞닿아 있다. 클레는 이렇게 적었다. “통찰: 시작이 있는 곳에는 결코 무한이 있을 수 없다. 끝 이 있다는 사실을 통찰할 것.”(파울 클레, <교육용 스케치북>) 끝이 있다는 사실의 통찰 또는 결정. 그것은 안정과 안전이 끝이 없다고 선전함으로써 ‘이윤’을 얻는 자들, 그 영원과 영속의 프로파간다를 끝내는 힘이다. 이상의 가브리엘대천사와 클레의 대천사가 함께 그 일을 행한다. 신의 문자 속에서 “천사들은 구분되는 독특성들”(빠올로 비르노, <천사들과 일반지성>) 이다. 서로 다른 사회적 상태 속에 있었던 이상과 클레는 그들의 천사들과 함께 오늘의‘ 동시대인’으로서, 상이한 적들의 공동 지반에 파국의 조종을 울린다.

윤인로 문학평론가  press@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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