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릭하면 커집니다. (일러스트=최정현)

우리학교를 800억 원대의 소송에 휘말리게 한 효원문화회관 사업. BTO 사업이 지닌 위험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BTO(Build-Transfer-Operate)는 수익형 민간투자사업을 이르는 말이다. 민간 사업자가 정부나 지방자치 단체(이하 지자체) 소유의 시설을 건설하고, 그 대가로 일정 기간 동안 직접 시설을 운영해 사용자 이용료 등의 수익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민간 사업자가 건설비용의 대부분을 부담하기 때문에 지자체들은 사회기반시설 건설에 초기 투자금을 낮출 수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지자체들이 BTO 방식으로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부산도 예외가 아니다.

부산-김해 경전철에서부터 거가대교, 부산항대교까지. 이들은 모두 BTO 사업으로 건설된 도시기반시설이다. 이외에도 현재 부산광역시(이하 부산시) 전역에서는 사회 기반시설 건설, 도시 개발을 위한 BTO 사업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BTO의 위험성에 대해 지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재정 부담 줄이려다 ‘재정 파탄’?

도움말

SCS(비용 보전):
Standard Cost Support. 사업 운영에 소요되는 표준 운영비를 산정하고 부족할 경우 부족한 만큼 주무관청에서 보조하는 제도. 표준 운영비 이상의 수익이 생길 경우에는 수익금을 환수함.

MRG(최소 수입 보장):
Minimum Revenue Guarantee. 사회기반시설 건설을 위해 민간 사업자를 유치할 때, 실시협약에서 미리 정해놓은 운영 수입을 만족하지 못할 경우 주무관청에서 수익의 일정 부분을 보전해주는 제도.

지자체가 BTO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해당 사업에 참여할 민간 사업자를 유치해야 한다. 때문에 지자체는 민간 사업자에게 유리한 계약 조건들을 내걸 수밖에 없다. MRG(최소 수입 보장)가 대표적인 조항이다. 해당 시설이 적자가 날 경우 지자체에서 적자까지 감당해야 한다.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이훈전 사무처장은 “세금을 들여 사업을 실시하고도 민간 사업자의 적자까지 메워 줘야 한다는 건 불합리한 조항”이라며 “시민들의 이용요금 부담을 낮추기 위해 추가로 지원되는 세금까지 합치면 천문학적인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MRG가 지자체 재정 파탄의 원인이 되면서 현재 SCS(비용 보전) 조항으로 대체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이미 MRG 조항이 포함된 사업의 경우 해당 시설의 적자를 시민 혈세로 보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산-김해 경전철의 경우 사업자에게 지급해야 할 MRG 금액이 한 해 평균 천억 원이 넘는다. 부산도시개발본부 건설정책과 곽재환 주무관은 “민간투자사업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민간에 유리한 협약 이 이뤄진 것”이라며 “거가대교는 주주가 바뀌는 과정에서 재협상을 통해 MRG를 삭제했지만 다른 곳은 재협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BTO 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검증 작업이 부실하다는 것도 위험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사업 초기 단계에서 실시되는 타당성 조사, 적격성 조사 등의 검증 작업이 주로 지자체 산하의 연구센터에서 이뤄지다 보니 엄격한 검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경실련 국책사업감시팀 권오인 팀장은 “지자체의 정책에 따라 끼워 맞추기 식으로 검증이 진행된다”며 “비용편익부터 잘못 따졌기 때문에 건설 이후 적자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계약서는 극비 사항, 견제 기구 사실상 없어

지자체는 민간 사업자와의 실시협약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부산시의 경우 민간투자사업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민간 투자사업심의위원회(이하 사업심의위)를 설치했지만 무분별한 BTO 사업 추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사업심의위원 19명 중 8명이 부산시 고위공무원이고, 나머지 11명은 시장이 위촉한다. 심의위원 명단도, 회의록도 공개되지 않는다. 사업 추진 내역을 시의회에 보고하기는 하지만 이마저도 형식적인 절차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BTO 사업은 실시협약과정에서의 비리를 규명하기도 어렵다. 실시협약 내용과 타당성 분석결과, 특정 민간사업자에 대한 특혜 여부를 담당 공무원들 외에는 알 수가 없다. 양채열(전남대 경영학부) 교수는 “계약 내용 등 실시협약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법적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정보 공개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각종 비리를 방지할 뿐만 아니라 공무원들의 실수도 막을 수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최소한의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간투자사업 관련법과 지자체 조례 강화 △독립적인 검증 기구 설치 △사업추진단계별 정보공개 등을 통한 투명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산경실련 이훈 전 사무처장은 “무분별한 BTO는 시민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며“견제 기구를 마련하되 가능한 순수 재정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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