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부대신문 DB

하루 평균 승하차 인원 33,000 명. 출근시간에는 1,000여 명이 한꺼번에 역 안으로 흘러들어온다. 하지만 역사를 지키는 직원은 단 한 명뿐. 유사시 초동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자칫 대형 참사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바로 부산 도시철도 부산대역 얘기다.

아침 출근시간대 관리자 한 명뿐

부산 도시철도 103개의 역에는 역당 평균 9.6명이 근무하고 있다. 주말·공휴일에도 운행되는 지하철의 특성상 근무자들은 평일에 대체휴무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 9.6명이 온전히 당직을 서는 경우는 드물다. 역장도 통상근무로 당직에서 제외돼 일주일 중 4일은 7명이 3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부산도시철도공사 영업관리부 관계자는 “최근 공기업 구조조정의 여파로 교대근무 인원이 줄고 있다”며 “일선에서는 아직도 인원을 줄이자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그 결과 아침 출근시간대(오전 5~9시)에는 한 명이 당직을 서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비교적 승객이 적다고 판단되는 3호선과 4호선의 27개 역에는 단 한 명만이 근무하고 있다. 2,000여 평의 역사를 혼자서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 시민들은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류경화(노어노문 1) 씨는 “매일 도시철도를 타고 통학한다”며 “출근 시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부산대역을 단 한 사람이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가 않는다”며 불안함을 내비쳤다.

세 명이서도 불가능한 매뉴얼, 혼자서 도맡아

▲ 표: 역 인력 및 당직 운영 현황

초동조치 매뉴얼도 역무원 2~3인에 맞춰져 있다. 화재가 발생하면 역무원은 5분 안에 △승객 대피 △다른 역에 통보 △제연설비 가동 등 20가지가 넘는 조치를 취해야 된다. 2~3인 기준에 맞춰진 매뉴얼을 혼자서 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부산지하철노동조합 남원철 사무국장은 “소화전도 최소 2명 이상이 있어야 작동 가능하다”며 “아침 출근시간대는 재난에 무방비하다고 봐야 된다”고 전했다. 지난 2012년 대티역 화재 사고 당시 역에서 근무하던 인원이 3명이었음에도, 초동조치에서 갖가지 문제가 드러났다. 안내 방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승객을 대피시키는 직원도 없어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소방본부의‘ 지하철 안전관리실태 조사보고서’에서도 인력 충원의 필요성이 꾸준히 강조돼왔다. 금정소방서 허정필 지방소방교는 “단 3명이 2,000평을 관리하기란 역부족”이라며 “적어도 10명은 있어야 초동조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지하철의 심장 역무실, 방치되는 경우 빈번해

역무실이 방치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역 전반을 순찰하기 위해서는 역무실을 비울 수밖에 없다. 부산도시철도공사의 내부 업무 규정에 따르면 당직자는 첫차가 운행되기 전 역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 각종 민원 업무 발생 시에도 역무실을 비울 수밖에 없다. 남원철 사무국장은“역무실에는 부산의 모든 도시철도를 정지시킬 수 있는 장비가 있는 곳”이라며“다른 시의 도시철도의 경우 역무실을 비우는 경우가 없다”고 전했다.

치안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취객이 역무실 안으로 진입해 역무원을 폭행하는 사건이 한해에 수십 건에 이른다. 부산대역에서 근무하는 A씨는“ 차비를 빌려 달라, 복사해달라는 등 소란을 피우는 경우가 빈번하다”며“혼자 당직 서고 있을 때 누군가 들어오면 흠칫한다”고 전했다.

구조상 개선이 어려워

인력 부족으로 각종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부산도시철도공사 영업관리부 관계자는 “공사 측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손쓸 방법은 없다”고 전했다. 공기업인 부산도시철도공사는 총액인건비가 정해져 정원을 늘리기 힘든 실정이다. 윤영삼(부경대 경영) 교수는 “도시철도공사가 부산시로부터 예산을 받아 운영되다 보니 경영진, 이사들의 결정권과 인사권이 제한된다”며 “부산교통공사가 경영과 안전의 합리성보다는 정치적 이해득실에 휘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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