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히어로 열전의 방아쇠를 당긴 ‘캡틴 아메리카’에 이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22일 개봉을 한 ‘엑스맨’. 올해도 어김없이 극장가에는 히어로 영화의 압도적 흥행 돌풍이 이어진다. 초인적인 힘으로 위기에 빠진 사람들을 구해내는 영화 속 슈퍼 히어로가 어느 때보다 절실해지는 요즘이다.

프랑스의 영화 평론가 프랑수아 트뤼포는 이런 말을 했다. "어떤 영화가 성공을 거둔다면 그것은 우선사회학적 사건이다. 영화의 질 문제는 부차적인 것이 된다” 대학만 졸업하면 취업이 보장되고, 빚지고라도 집을 사면 몇 년 안에 보장된 이익을 돌려받던 황금시대는 끝나버렸다.

비슷비슷한 이력서내의 스펙을 어필하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면접관의 눈에 뚜렷하게 각인되도록 안간힘을 쓰는 우리 젊은 세대들의 이러한 모습들, 눈만 뜨면 신문과 뉴스를 장식하는 정치적·사회적 사건과 사고들. 우리들은 이러한 비극적 현실의 문제가 폭발하는 시점에서 영웅을 찾고, 현실에 대한 대리 만족으로써 영화 속 영웅들을 원하고, 세상을 구하는 그들을 통해 환호, 그리고 동질감을 극대화 한다.

‘영웅’은 대중의 심리를 대리만족시켜주는 일종의 상징이다. 아마 신은 너무나 멀기에 인간에 가까운 영웅이 창조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초능력도 영웅 도 없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영화 속 이야기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을 무렵, 스파이더맨이 잠시 실의에 빠져 한동안 은둔해 있을 때 악당의 습격으로 엉망이 된 뉴욕. 경찰조차 어찌할 수 없는 순간 스파이더맨 복장을 입은 한 힘없는 꼬마아이가 뉴욕을 구하기 위해 나서는 장면이 나온다. 그 상황에서도 경찰은 부모를 막기만 하지 아이를 구하려 하지 않는다.

현실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다. 우리 모두 두 손 놓고 있어야만 했던 얼마 전 그 시간, 영웅 없이 해냈어야 했던 얼마 전 바로 그 일이 영화 속 이 장면과 오버랩되면서 당신 또한 가슴 한 쪽이 아련히 먹먹했을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너무 많은 부조리가 있다. 불행하게도 그 부조리는 너무 많고 다양해서 우리 각자에게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하나씩 와 닿아 있다. 모두 그것이 불합리하다고 느끼지만, 거기에 굴복하고 살아가는 필자의 모습이, 우리네 모습이 생각나서 씁쓸해진다. 140여 분 현실을 잊고 즐기기에는 충분했지만 단순히 영화를 통한 대리만족에 그치지 않고, 실제 현실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우리를 자극하는 데는 부족하다.

우리는 언제나 삶의 목표라는 별이 떨어진 곳에 한번쯤 가보고 싶어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은 가보려고 벼르기만 하다 커버리고 만다. 그래도 오늘 밤만큼은 이불을 망토삼아 다시금 별이 떨어진 그곳에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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