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강 시간에 학교 건물에 위치해 있는 영풍문고에서 가서 책을 읽기도 하고 롯데시네마에 가서 영화를 보기도 하고 엔제리너스커피에 가서 친구와 수다를 떨기도 하고...학교주변에서 이것저것 쇼핑을 하는것, 상상의 캠퍼스 생활이다..라고 근래에 우리학교를 다녀간 모 대학교 기자가 자기네 신문에 쓴 글을 보고 한참을 생각한 적이 있다.

 
  효원문화회관(굿플러스)은 앞서 언급된 커피숍, 음식점 등을 제외하면 장사가 안된다. 취재결과 매장에서 장사가 제일 잘되는 상점이 해당 브랜드 매출 전국순위에서는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기도 했다. 올해 계약기간이 끝나면 많은 상점이 떠날 것 이라는 ‘괴담’이 들리기도 한다.
 

  그래서 일까. 학교본부는 지난3일, 문창회관 내 소비조합 상점들에 대해 올해12월31일자로 계약을 만료하고 문창회관을 비워달라는 공문을 ‘예고없이’ 통보 했다. 수년간 부산대에서 장사를 하며, 학생들의 생활권에서 시중보다 낮은 가격으로 학생편의를 제공하고 있던 소비조합 상인들은(제과점,화장품,안경점,열쇠ㆍ도장점,컴퓨터매장 그리고 복사점까지)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하루아침에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다.


  소비조합 상점마다 계약연장이 될 것으로 여기고 사 놓은 제고품이 그대로 쌓여있다. 보통 이런 계약해지를 할 경우에는 6개월 이전에는 미리 알려주기 때문이다. 소비조합원들은 당황스럽고 억울해서 침묵했던 학교에 호소해 보니 ‘총장님의 지시’라고 했단다. 총장님을 만나려니까 낮은 사람부터 순서를 거치라고 했다. 그러나. 그분들과 대화해야 하는 ‘낮은 분’은 나타나지 않았다.


  계약으로 유지되는 관계에서 힘을 갖고 있는 본부가, 한 순간 마음대로 계약을 파기하는 것. 합당한 이유가 있다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이 땅이 국가소유지임을 기억하자. 이곳은 국민들의 교육 공공성에 대한 열망으로 시작되어, 학부모들의 피땀흘린 등록금과 세금으로 유지ㆍ보수되는 국공립대학교이다. 학교 본부 분들은 대학을 더욱 발전시키고 그 본연의 기능을 다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주인이 아니다. 그러니 그 공간안에서 운영되려는 것들은 학내 구성원들의 복지와 편의를 위한 곳에 사용되어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함이 마땅하지 않은가?
 

  두 달 뒤에, 처리할 수 없는 제고품을 떠안고 길바닥으로 나 앉게 생긴 소비조합분들. 효원문화회관으로 자리를 옮길까 알아보니 유지비용이 학교보다 10배 이상 더 들어 엄두를 못내고 있단다.
 

  본부가 계약해지의 이유라고 밝힌 ‘문창회관 리모델링’은 그 실체가 모호하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생협 소속의 매점과 문구점에는 이 같은 통보가 오지 않았다. 언제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지, 왜 이렇게 갑자기 결정이 난 것인지, 본부는 학내 구성원들에게 납득이되는 설명을 해야 한다. 행여 총장님이 추진했지만 위기에 처해있는 효원문화회관을 살리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면, 그에 합당한 배려와 설득과정이 반드시 선행되야 한다.


  진리, 자유, 봉사의 정신보다 경쟁에서 더 높은 곳을 선점, 대학순위 상승에 목을 매고 있는 이곳은, 사회적 약자의 밥그릇을 빼앗을 때에도 정당한 절차와 관용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곳만은 다를 것이라는, 사회를 정화시키고 진리를 구현하는 상아탑 이라는 기대감을 잃어가고 있다. 누구도 책임지려하지 않는 곳에서, 세상의 더러운 곳이 그러하듯, 이곳도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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