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침몰한 지 한 달이 훌쩍 지나갔다. 그동안 우리는 놀라움, 안타까움, 슬픔, 분노, 우울, 답답함과 같은 여러 감정을 느꼈다. 세월호가 과도한 화물을 싣지 않고 평형수를 제대로 채웠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세월호 선장과 선원이 책임감 있게 행동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사고 직후에 재난 당국이 신속하게 대처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나라가 이렇게 후진국이었나 싶어 씁쓸하기도 하고, 모든 것이 리셋되었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세월호 참사는 이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우리의 잘못된 점이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일차적으로는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고 이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정비하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제도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윤리의식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어떤 제도와 윤리가 필요할까?

앞으로 국민의 안전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매우 강화될 것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제도를 만드는 것도 개별적으로 하다 보면 제도들 사이에 상충하는 점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제도만 번드르르하게 만들어 놓고 그것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사실상 기존의 규칙만 잘 따랐더라도 세월호 참사는 없었거나 완화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문제의 핵심은 우리가 꼭 지켜야 할 제도를 만들고 그것을 어길 때에는 엄격하게 처벌하는 데 있을 것이다.

제도가 능사는 아니며 의식의 변화도 있어야 한다. 특히 오늘날과 같이 매우 복잡한 사회에서는 자신의 전문적인 영역에 대해서 고도의 책임감이 요구되고 있다. 윤리의 출발점 중의 하나는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는 데 있다. 내가 세월호 선장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위기 절명의 순간에서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목숨에 집착하지 않는가? 이러한 일차적 욕구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평소에 위기 상황을 상정하고 해법을 고민해 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죽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도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윤리적 훈련이 없다면 세월호 참사와 같은 어이없는 사태가 또다시 발생할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시각을 우리의 일상에 비추어 보자. 우리의 교통질서는 어떠한가? 운전자와 보행자는 얼마나 교통질서를 잘 지키고 있는가? 우리나라는 교통질서를 어기는 행위에 대해 충분히 처벌하고 있는가? 물론 세월호 참사와 교통질서를 비교하는 것이 동떨어진 것 같지만, 그 근본원리는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조그마한 사안에서 큰 사안에 이르기까지 제도와 윤리가 제대로 작동할 때 비로소 우리는 선진국을 논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배들이 운항되고 있다. 크게는 대한민국 호가 있고, 중간에는 부산대호가 있고, 작게는 개인호가 있다. 과연 이러한 배들이 어떤 제도와 윤리를 가지고 있는지, 그것이 얼마나 바람직한지, 그리고 잘 실현되고 있는지 반문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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