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세계에서 우리는 여러 가지 소음 속에 살고 있다.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위해 집 밖으로 나오면 자동차의 경적 소리부터 건설 현장의 소음, 비행기 소리 등 우리를 기분 나쁘게 하는 소리투성이다. 집 안에서는 어떤가. 아파트 층간 소음 문제로 살인사건이 일어나기도 하니, 소음은 현대인들에게 공해로서 작용하고 있다. 소음은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큰 원인이다.

2014년 5월 일본 요코하마 지방법원은 군부대의 항공기가 오후 10시에서 오전 6시 사이에 이·착륙을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렇게 판결한 이유는 비행기 이·착륙 소음이 지역 주민의 잠을 방해하고 건강을 해치기 때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이어 법원은 소송을 낸 원고 7,000명에게 소음 공해에 대한 배상으로 70억 엔을 지급하라고 정부에 명령했다.

이런 소음도 있지만 우리를 편안하게 해주는 소리도 있다. 바로 자연의 소리다. ‘백색 소음’이란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비 오는 소리, 폭포수 소리, 바람에 부딪히는 갈대 소리, 파도 소리는 우리를 편안하게 해주는 자연의 소리다. 이를 백색 소음이라고 부른다. 공부할 때 이런 자연의 소리를 들려주면 집중력이 높아진다는 실험결과가 있다. 평소의 소음과 백색 소음을 듣는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영어단어를 암기하게 했다. 그 결과 백색 소음을 듣는 경우 기억력이 35퍼센트 향상했다고 한다. 집중력 테스트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백색 소음을 들려주니 22퍼센트 정도가 주변에 신경을 덜 쓰게 되었다. 뇌파 반응 검사를 해보니 백색 소음상태에서는 뇌파의 활동성이 감소하고, 심리적인 안정도가 크게 증가했다.

자연의 소리가 우리에게 아주 좋다는 과학적인 결과다. 자연의 소리가 우리에게 좋다는 결과는 당연하다. 우리는 자동차의 경적소리도 없고, 건설 현장의 소음도 없는 장소에서 진화했기 때문이다. 시각도 마찬가지로 작용한다. 1984년 과학 잡지 <네이처>에 게재된 한 논문은 병원 환경과 환자의 치유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1972년부터 1981년 사이 미국의 한 병원에서 담낭제거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기록을 분석한 결과, 창가를 통해 작은 숲이 보이는 침대에 입원해 있던 환자들이 그렇 지 않은 환자보다 24시간가량 먼저 퇴원했고, 또 진통제도 덜 복용했다는 것이다. 요컨대 자연 환경을 볼 수 있는 환경에서 우리의 면역 체계가 강화되기 때문이었다. 이 논문의 결과는 한 학문의 탄생을 가져왔다. 바로 신경 건축학(Neuroarchitecture) 이다. 신경 건축학은 신경과학(neuroscience)과 건축학(architecture)의 합성어다. 물리적 공간이 인간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해서 실제 건축에 이를 응용하는 학문이다. 해외에서는 병원을 지을 때 신경 건축학을 기반으로 해서 설계를 하고 있다. 이는 병원에만 그치지 않고, 집이나 사무 공간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무엇이든 ‘자연스러운 것’이 좋다고 흔히 말한다. 자연의 풍경과 자연의 소리가 우리를 건강하게 해준다. 도시의 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느낄 때 산이나 바다로 가는 게 아주 좋은 방법일 것이다. 혹시 파도 소리 들리는 곳에서 야외 수업을 해보는 건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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