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영화 <슬기로운 해법 - 대한민국 제 4의 권력에 대하여>

  이솝우화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은 재미로 거짓말을 해 마을 사람들을 속인다. 정도가 심해지자 양치기 소년이 진실을 말해도 아무도 믿지 않는다. 그러나 21세기 한국 사회는 양치기 소년들의 전성시대다. 그들은 돌파구를 찾았고, 마을 사람들은 아무 의심 없이 그들의 말을 신뢰한다.

  권력 편향적이고 불공정한 보도를 끝없이 양산해내는 ‘기레기’에 대한 비판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 요즘이다. 영화 <슬기로운 해법>은 이익을 위해 사실을 왜곡하면서까지 펜대를 휘두르는 언론, 그중에서도 조선·중앙·동아일보(이하 조중동)로 대표되는 신문사의 행태를 고발하는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태풍이 몰아치는 해운대 앞바다의 사진 한 장으로 시작된다. 이는 지난 2012년 조선일보가 태풍 ‘카눈’의 위력을 보여주기 위해 1면에 실은 것이다. 하지만 그 사진은 사실 2009년에 있었던 태풍의 사진이었다. 장면이 바뀌고 지난 2009년 철도파업 때문에 서울대학교 시험을 치지 못해 꿈을 잃었다는 한 소년에 대한 기사가 나온다. 하지만 이어 나오는 기사에서 그 역시 소설일 뿐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 언론의 기념비적인 오보였다.

  영화에 따르면, 언론을 양치기 소년으로 만든 것은 기업과 자본이다. 영화는 부동산 정보와 노무현 전 대통령 검찰 조사 관련 기사들을 자세히 다루며 조중동의 편향된 기사들이 기업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한다. '삼성’으로 대표되는 대기업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기사를 쓸 경우 당장 광고 수입이 감소해 신문사의 운영에 막대한 손실을 끼친다는 것이다. 기업은 언론에 자본을 대주고 언론은 기업에 우호적인 기사를 씀으로써 상생하는 시스템. 현재 대한민국 언론이 ‘요지경’이 된 핵심적인 이유다.

  영화는 김성재 작가의 <야만의 언론, 노무현의 선택>을 원작으로 했다. 책을 참고하되, 보수 언론들이 어떻게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갔는지에 대한 것에 집중하지 않는다. 대신 참여 정부 시절 정부와 언론간의 관계와 정부에 따라 바뀌는 조중동의 보도 행태에 대해 주로 다룬다. 정연주 KBS 전 사장, 주진우 ‘시사IN’ 기자, 홍세화 <말과 활> 발행인, 김상봉(전남대 철학) 교수 등 언론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비뚤어진 언론 구조에 대해 고발하는 구조를 취한다.

  조중동에 대한 영화지만, 영화는 조중동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담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그들의 목소리는 철저히 배제한 채, 그들을 비판하는 데만 집중한다. 하지만 사실성과 객관성을 상실한 상태로 무작정 비판만 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보도된 기사와 여러 가지 통계 자료를 제시하며 끝까지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영화는 내내 ‘소위 말하는 대한민국의 ‘주요’ 언론들은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에 대한 답변을 내놓는다. 하지만 <슬기로운 해법>이라는 제목이 무색하게도 관객에게 현재의 언론을 변화시킬 수 있는 속 시원한 방법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등장하는 인물들 모두 ‘늘 언론을 예의주시하는 깨어있는 시민이 되자’고 말할 뿐이다. 그리고 영화는 묻는다. 스스로 ‘정론지’라 칭하는 보수언론들이 ‘불편부당’이라는 기치에 맞는 역할을 하고 있는지. 권력을 견제해야 하는 언론이 스스로 권력이 된 지금, 시민만이 언론을 감시할 수 있다. 시민의 의식이 깨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슬기로운 해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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