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문화계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328명 중 118명’(36.1%), 부산 문화계에 만족하지 못하는 우리학교 학생들의 수이다.(부대신문 1483호 참조) 이들이‘ 부산 문화계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복수 응답)’는 다양하다. 문화기반시설 부족·접근성 부족·문화 다양성 부족 등 여러 문제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이는 현재 부산 문화계의 문제를 쉽게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을 반증한다.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와 무소속 오거돈 후보는 막판에 잇따라 새로운 공약들을 내놓으며 선거운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후보들의 공약집을 살펴보면 모호하게 표현되고 파악하기 힘든 공약들이 많다. 문화예술부문 공약도 마찬가지다. ‘10분 내 이용가능한 문화시설 조성’, '대학가 창조발전소’ 등 세부공약을 살피지 않으면 이해가 어렵다. 이에 부대신문은 서병수 후보와 오거돈 후보의 문화예술부문 공약을 분석해봤다. 두 후보 모두 부산의 시민을 위한 문화기반시설 발전을 강조했고 예술인에 대한 지원도 제안하였다. 비슷한 공약이 많았지만, 예술인·대학생 문화 지원 방식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부산을 ‘문화노다지’로 만들기 위한 이들의 약속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구동성으로 문화 기반시설 구축 외치다

   
▲ <전국 시·도별 예산대비 문화정책 예산 평균 비율>전국 광역자치단체의 총 예산 대비 문화예술정책 예산 비율 순위에서 부산은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 중 15위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부산 문화계에 있어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예술정책 예산 증가라고 말하고 있다.

두 후보는 모두 부산 문화계의 큰 문제가 시민들이 기본적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문화기반시설이 부족한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특히 이로 인해 빚어지는 부산 지역 내 문화격차에 주목하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공약들을 내놓고 있다. 서병수 후보는 현재 부산시가 추진 중인 부산대표도서관 건립 입지를 서부산으로 하고, 부산 시민공원에 국립아트센터를 건립할 것을 강조했다. 오거돈 후보 역시 서부산 문화인프라 구축을 약속했다. 부산 대표도서관 유치부터 역사문화박물관, 돔구장 등을 건립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서부산에 편중된 문화시설 구축이 지역 역차별을 부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두 후보는 생활밀착형 문화의 발전이 시민 문화생활의 새로운 선택이 될 것이라 보고 있다. 해당 분야에 대한 지원도 강조하고 있다. 서병수 후보는 문화예술인과 시민 동아리간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오거돈 후보 역시 ‘동네예술공장’을 조성해 동네주민 주도의 문화활동 증가를 꾀하고 있다.

문화예술예산 증액도 두 후보 모두 계획하고 있다. 예산 증액은 문화계 발전에 있어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부산 문화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련 예산 증액”이라고 말할 정도다. 2012년 부산의 문화예술 부문 예산은 2900억 여 원으로 일반회계 예산의 4.7%를 차지했다. 서병수 후보는 2%의 예산을 점진적으로 늘려 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문화재단의 예산 증액과 투명한 행정을 약속했다. 오거돈 후보는 8%까지 예산을 늘리는 공약을 제시했다. 시민 생활권 내의 문화기반시설에 자금을 투입해 인프라 구축을 우선시할 계획이다.

같은 듯 다른 예술인과 대학생 지원

   
▲ <인구 10만 명당 문화기반시설 수>인구 10만 명당 문화기반시설의 경우, 지역이 전반적으로 높은 가운데 부산은 평균 2.85 개로 경기(4.98개), 서울(4.04개), 인천(4.14 개)에 비해 낮았으며 광주(4.07개) 등 같은 광역시 중에서도 울산(2.59개)을 제외하고 가장 낮았다.

두 후보는 예술인들과 대학생 지원 방식에서 차이를 보였다. 서병수 후보는 예술가들의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설립 지원 등으로 예술가들의 일자리 확보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실태조사를 통해 부산지역에 맞는 예술인 복지정책을 만들 계획이다. 반면 오거돈 후보는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공간 확보에 방점을 찍었다. 오거돈 후보는 문화예술특구를 지정해 예술인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 계획이다. 북경의 ‘따산즈 789’와 같은 문화특구 지정으로 예술가들을 모으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대학생들을 위한 문화 공약도 다르다. 두 후보는 모두 대학생들의 창조성을 강조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서병수 후보는 부산의 각 대학별로 대학가의 청년문화를 특성화, 육성하는 대학가 ‘창조문화발전’ 계획을 제시했다. 우리학교·부산외대는 인문학, 인디 문화 거리로 육성하고 경성대·부경대·동명대는 공연, 디자인 거리로 육성할 계획이다. 오거돈 후보는 대학생 독립영화제를 계획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 개최해서 청년들의 영화제 참여와 영화제의 파급효과 둘 다 잡겠다는 의지다.

말 많은 문화행정, 해결노력은 드러나지 않아

   
▲ <부산시 구·군별 지역 문화지수>지난 2월, 문화체육관광부는‘ 2013 지역문화지표 지수화를 통한 비교분석’ 보고서에서 각 기초자치단체들의 지역문화지수를 비교했다. 지역문화지수는 문화정책, 자원, 활동, 향유를 수치화해서 문화의 전반적 수준을 평가한다. 부산의 기초자치단체는 모두 6단계로 나눈 문화지수에서 하위 4~6단계에 머물렀다. 사상·영도·수영구는 최하위권에 포함되었다.

하지만 두 후보 모두에게 아쉬운 점이 있다. 부산시의 미숙한 문화행정을 해결하기 위한 공약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문제로, 최근 부산 문화예술계 주요 기관장들은 ‘낙하산 인사’라고 불리며 지역예술인들에게 비판받고 있다. 이 문제로 인해 부산비엔날레는 파행을 겪고 있을 정도다. 후보자들의 캠프에서도 문제에 대해 인식은 하고 있지만 아직 세부 정책은 없다. 서병수 선거 캠프 이종철 정책조정실장은 “소통 부재로 문화행정에 많은 문제가 있다”며 “향후 이와 관련된 정책 마련에 힘쓰고 의견 수렴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의견 수렴의 수준을 넘어 구체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고 지적했다. 부산발전연구원 오재환 연구위원은 “문화 행정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문화에 대한 전문가들의 육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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