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영화 <셔틀콕>

   
 

손바닥이 맞아야 박수소리가 나는 것처럼 세상에는 홀로 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 사랑, 나눔, 소통. 인생은 수신과 발신의 연속이다. 마치 배드민턴을 칠 때처럼.

<셔틀콕>은 수신과 발신에 아직은 미숙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영화는 한 재혼가족 남매의 이야기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민재(이주승)와 은주(공예지)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재혼한 부모를 잃는다. 남매에게 남은 것은 보험금 1억이 전부다. 하지만 은주는 민재와의 오해로 인해 1억을 들고 사라진다. 배다른 남동생 은호(김태용)와 함께 남겨진 18세 민재는 은주를 찾아 나선다. 영화는 그 여정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담는다. 성격부터 판이하게 다른 이들이 은주를 찾아 남쪽으로 내려가는 과정은 즐겁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다.

사람들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오해로 인한 아픔을 한번쯤은 겪는다. 특히 사랑 같이 누가 가르쳐줄 수 없는 경우에 대해서라면 더욱 그렇다. 그리고 보통은 부끄럽기에 그 기억들을 지운다. <셔틀콕>에서는 반대다. 민재는 (상황이 그렇게 만들기도 했지만)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은주를 찾아다닌다. 결국은주를 만났지만 상황은 민재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잘못된 수신과 발신은 결국 씁쓸한 마무리를 짓는다. 이런 상황이 올 것을 예견하고 사람들은 기억을 지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는 상처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은주에 대한 기억을 내려놓은 민재는 다시 앞으로 나아갈 희망을 얻게 된다.

<셔틀콕>은 지난 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시민평론가상을 수상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다양성영화는 어렵다는 편견을 깨줬다’는 평가도 많이 받았다. 민재와 은호가 남해로 내려가는 여정은 음악과 영상의 연출이 수려하다. 짧은 연기 경력에 비해 이주승과 김태용의 연기도 뛰어나다. 특히 김태용이 천진난만하게 성 정체성 확립이 덜 된 아이를 연기하는 모습은 이 영화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셔틀콕’은 배드민턴에서 사용하는 깃털 달린 볼을 의미한다. 극 중에서 은호는 셔틀콕에 대해 ‘바람이 불면 아무데나 막 날아가고 조금만 쳐도 깃발이 다 빠지는 물건’이라 말한다. 셔틀콕의 이러한 속성은 많은 것들에 적용할 수 있다. 첫사랑, 가족, 청춘. 모두가 휘둘리고 상처입기 쉽다. 하지만 깃털 빠진 셔틀콕이라도 하늘을 날아가는 것처럼, 이들의 여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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