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유독 직업에 대한 차별이 21세기인 지금까지도 공공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옛날 계급체계인 사농공상의 척도가 아직까지도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은 탓일까? 인류의 진일보에 기여한 위대한 학자들과 같은 돈 안 되는 ‘사’자 직업은 천대하고, 소위 말하는 의사나 판검사, 변리사 같은 ‘사’자 직업과 성공한 사업가나 연예인 정도의 돈 잘 버는 직업 정도만 높게 쳐주는 작태를 보면 딱히 그것도 아닌 듯하다.

이런 나라에서 우리는, 소위 말하는 인정받는 직업, 또는 일자리를 가져야만 성공한 삶이라는 사고를 계속해서 주입받으며 자란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꿈보다는 인정받는 직업과 삶을 쟁취하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다하곤 한다. 그러면서 원하는 기회를 잡지 못한 몇몇 사람들은 한탄하며 스스로의 가치마 저격하시키곤 한다. 혹시나 그런 학우가 있다면, 중학교 때 고 장영희 교수님이 들려준 토니라는 남자의 실화를 소개해주고 싶다.

그날 밤 당번이던 토니는 시내 어떤 주소로 가라는 연락을 받았다. 초인종을 누르니 한참 있다가 문이 열렸고, 모든 가구가 다 흰색 천으로 덮여 있는 방의 입구에는 단정한 복장의 아주 나이 든 할머니가 서 있었다. 차에 타자 할머니는 주소를 주면서 가로질러 가달라고 부탁했다. 한참을 돌아가는 길을 말이다. 의아해 하며 반문한 그에게 할머니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괜찮아요. 난 시간이 아주 많아. 호스피스 병원으로 가고 있는 중이거든. 식구도 없고, 의사 선생님 말씀이 이젠 갈 때가 얼마 안 남았대.’ 그는 미터기를 껐다. 그로부터 두 시간 그와 할머니는 함께 조용한 성탄절 새벽 거리를 천천히 지났다. 그녀가 젊은 시절 일했던 빌딩, 처음으로 댄스파티를 갔던 무도회장, 신혼 때 살던 동네 등…. 때로는 어떤 건물 앞에 차를 세우고 그냥 오랫동안, 하염없이 어둠 속을 쳐다보기도 했다. 어슴푸레 날이 밝아올 때, 병원에 도착해서 할머니는 말했다“. 자네는 늙은이에게 마지막 행복을 줬어. 아주 행복했다우” 그 날 밤 그는 한참 동안 할머니를 생각하며 돌아다녔다. 그때 그냥 경적만 몇 번 울리고 떠났다면? 그래서 휴일에 당번이 걸려 심술 난 다른 기사가 가서 할머니에게 불친절하게 대했더라면…. 돌이켜보며 그는 그의 일생에 그렇게 위대한 일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가 설령 대통령이었다 해도 그렇게 중요한 일은 하지 못했을지 모른다면서.

자신이 바라마지않는 어떤 것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분명히 가치 있고 멋진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것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서 당신의 인생이 실패한 것은 아니다. 당신의 삶을 진정으로 빛나게 만드는 것은 거창한 직업을 얻는 것이 아니라, 위의 일화와 같은 당신이 여태껏 무심결에 지나친 아주 작은 배려일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가장 작은 일, 가장 사소한 일처럼 변장해 있어 우리가 아무렇게나 지나치고 있는 그 위대한 일을 놓치지 말고 붙잡아 당신의 인생을 진정으로 빛나게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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