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빈례(迎賓禮) : 손님을 집 안으로 모시는 의례이다. 전통적으로는 성년을 맞이하는 남녀의 부모나 지역사회에서 신망이 높은 분(주인)이 전통의식에 밝은 사람(빈과찬자)을 맞이하는 것이다.

지난 14일 인문관 앞 소공연장. 장미와 향수 같은 물질적 선물을 주고받는데 그치는 것이 아닌 성인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 보는 전통성년제가 열렸다. 예로부터 성년제는 사회적으로 성인이 되었음을 인정하는 의식이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복잡한 절차로 인해 외면받아왔다. 이에 1999년부터 우리학교 한문학과가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학생들에게 책임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효원성년제를 개최해 오고 있다. 정출헌(한문) 교수는 “관례식의 절차가 복잡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만큼 성년이 된다는 건 어렵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 관례(冠禮), 계례(戒賓) : 상투를 틀고 성년의 표징인 관을 쓰는 의례로 성인으로서의 책임과 성장의 상징을 의미한다.

효원성년제는 전통 의식을 최대한 보존한 채 간소한 형태로 진행된다. 이날 성년을 맞이한 13명의 학생들은 상투를 틀어 갓을 쓰고(관례), 여자는 쪽을 찜으로써(계례) 어른이 되었음을 인정받았다. 학부모들도 이날 행사에 참석해 손수 자식들에게 갓을 씌우고, 쪽을 찌어줬다. 유기자(49, 문현동) 씨는 “딸아이가 사회에 나가서도 반듯 한 성인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행사에 참석하게 됐다”고 전했다.

성인이 되었음을 인정받은 학생들은 술 마시는 예법을 통해 어른으로서의 책임감도 배워나갔다. 예로부터 술을 마시는 것은 새로운 지위나 관계 형성을 상징하는 의례 중 하나로 여겨져 왔다(초례). 성년제에 참석한 노자겸(한문 2) 씨는 “술 마시는 예법을 배운 만큼 앞으로 적당히 술을 마시겠다”며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는 성인이 되겠다”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 초례(醮禮) : 술을 내려 천지신명에게 어른으로서의 서약을 하고 술을 마시는 의례이다.
   
▲ 자관자례(字冠者禮) : 성인을 맞이하는 남녀에게 또 다른 이름을 지어주는 의례이다.

사람의 일생에는 4차례의 큰 주기가 있다. 이를 관혼상제라 한다. 그중 성년제는 첫 번째로 맞이하게 되는 통과의례다. 인생에 있어서 큰 주기를 처음 맞이한 학생들은 또 다른 이름을 받아 성인으로서의 새 출발을 알렸다. 유교적 전통에서는 성인이 된 사람의 이름은 함부로 부를 수 없어 자(字)를 사용하는데, 이는 성인이 됐음을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는 의식이다(자관자례). ‘낙지(樂知)’라는 자를 받은 김민주(한문 2) 씨는 “항상 유쾌하고 즐거운 삶 속에서 학문을 깨우친다는 의미”라며 “새로 받은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생활하겠다”고 전했다.

어른으로서의 지녀야 할 ‘책임’보다 어른으로서 누릴 수 있는 ‘자유’만이 넘쳐나는 오늘날. 학생들은 고유의 전통에 따라 진정한 어른으로서의 의미를 다져 나갔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