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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대, 독버섯, 조작, 그리고 세월호
  • 김상욱(물리교육) 교수
  • 승인 2014.05.12 18:48
  • 호수 1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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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옛날 경상도 산골에 양치는 소년이 있었다. 소년은 늑대가 나타났다고 몇 번 거짓말을 했다가 마을에서 쫓겨난다. 하지만, 인심 좋은 마을사람들이 이 소년에게 기회를 한번만 더 주기로 한다. 어느 날 소년의 머리 위로 외계에서 온 거대한 우주 비행선 4대가 나타났다. 소년은 황급히 소리쳤다. "넉대가 나타났다!” (경상도 에서는‘ 늑대’를‘ 넉대’로 발음한다.) 우주선은 빠르게 사라졌고, 소년은 두 번 다시 마을로 돌아올 수 없었다.

2. 나는 감자를 좋아한다. 독일에서 연구원 생활을 하며 음식 고생을 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독일인에게 감자는 우리의 쌀이나 다름없다. 감자를 좀 묵혀두면 싹이 나는데, 여기에는 솔라닌이라는 독이 있다. 감자가 처음 유럽에 전해졌을 때, 이를 잘 몰랐던 많은 사람들이 종종 탈이 나고 는 했다. 당연히 나는 싹을 도려내고 먹는다. 이 사실을 알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당했을까? 감자는 아무 것도 아니다. 독버섯 가운데 식용버섯을 찾아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야 했을까?

3. 학생들은 수식으로 점철된 물리 교과서를 보면서 한숨을 내쉰다. 하지만, 사실은 고맙다는 마음을 가져도 부족하다. 선배 과학자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내가 그걸 스스로 다 알아냈어야 했을테니 말이다. 과학자로서 연구를 하다보면 논문을 봐야 한다. 논문에는 틀린 것도 많고, 친절하게 쓰이지 않은 것도 허다하다. 하지만, 적어도 조작된 데이터는 없어야 한다. 모든 논문의 데이터가 거짓이 아닌지 걱정해야 한다면 연구를 할 수 없을 거다. 그래서 고의로 논문을 조작한 과학자는 과학계에서 용서 받을 수 없다.

4. 세월호의 아이들은 안내방송을 믿었지만, 선원들은 탈출에 급급했다. 신뢰는 사고의 처음부터 깨어졌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원래 최선의 구조방법은 현장의 지휘부와 전문가들이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다수의 국민은 해경, 전문 인양업체, 해운회사, 정부의 말을 모두 믿을 수 없었다. 결국 SNS에는 온갖 정보가 난무하고, 국민 모두가 재난대책회의의 위원이 되었다. 다이빙 벨을 넣어야 할지를 놓고 온 국민이 갑론을박 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크게 잘못된 거다. 버섯을 먹을 때마다 개개인이 매번 이게 독버섯인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신뢰가 없는 사회는 막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5. 이번 정부는 이미 많은 신뢰를 상실했다. 가장 신뢰 받아야 할 국정원이 불법으로 대선에 개입하고, 증거를 조작하여 무고한 사람을 간첩으로 몰아가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국정원은 이런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덮기에 혈안이 되어 수많은 무리수를 두어왔다. 집권 여당은 이런 사태를 방조 내지는 묵인하여 왔다. 이뿐 아니다. 대통령의 공약(公約)은 대부분 공약(空約)이 되었다. 아직도 정부에 대해 신뢰가 남아 있다면 그게 이상할 지경이다.

6. 논문에 나온 데이터의 조작 여부를 걱정하는 사회에서는 과학 역시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분명 과학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지식을 제공한다. 하지만, 신뢰가 없다면 지식은 쌓이지 못하고 바람에 날아가 버린다. 세월호 참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도 바람에 날아가 버릴지 모른다.

김상욱(물리교육) 교수  press@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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