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惡)과 적(敵)의 존재론에 대해 쓰면서 신학자 본회퍼는 독재자 ‘그’를 조준한다. <윤리학>(1943)의 문장들. “악이 빛, 선행, 신실, 갱신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악이 역사적 필연성과 사회정의의 형태로 나타난다는 사실 ”속에서 “그는 불안을 책임이라고 칭하고, 욕망을 열심이라고 칭한다. 의존심을 연대성이라고 칭하고, 잔인함을 남성다움이라고 칭한다. ”악이 자 적인 독재자는 선함의 빛으로, 신실한 후광으로 스스로를 변혁하는 존재로 자신을 비춘다. 그때 삶의 모든 관계가 전면화된 악의 빛 속으로, 역사적으로 필연화된 적의 내부로, 신적 정의의 이름 안으로 인입되고 합성되며 가공된다. 그렇게 삶이 거덜난다. “독재자, 그는 인간들을 어리석다고 여기며, 인간들은 어리석게 된다. 그는 인간들을 허약하다고 여기며, 그들은 허약하게 된다. 그는 인간들을 범죄자라고 여기며, 그들은 범죄자가 된다. 그의 거룩한 진지함은 천박한 장난이며, 귀감 이 된다고 주장하는 그의 배려는 뻔뻔한 냉소주의다. 하지만 인간을 깊이 멸시하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멸시하는 자들로부터 더 많은 호의를 얻으려고 할수록 그는 자기 인격의 우상화를 대중에게서 더욱더 획책한다. 인간 멸시와 인간 우상화는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그’는 어디에 있는가. 곳곳에 있다. 곳곳에 있으니 여기 에도 있다. 아래 사진 속 인물이 바로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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