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일 대학생문화나눔공동체 소울의 합창단 ‘BOM’ 단원들이 모여 합창 연습을 하고 있다

A씨는 얼마 전 세월호 사건 희생자들을 위해 아르바이트 월급 중 일부를 기부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연예인들의 수억 원을 웃도는 고액 기부가 이어지자, 자신의 기부액수가 적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고 결국 기부를 포기했다. 이후 기부에 대한 A씨의 의욕과 관심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우리 주위에서도 A씨와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기부 문화가 안정적으로 정착되지 못했고, 실제로 개인의 소액 기부가 부족한 편이다. 일반적으로 기부는 사회의 생활수준이 개선됨에 따라 같이 상승하는 모양을 보인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부문화와 경제는 동반성장 하지 못했다. 이에 최근 기부에 대한 인식이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부는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아니다

지난 2012년 영국 자선구호재단의‘ 세계 기부 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수단, 가나에 이어 46위의 기부 지수를 기록했다. 동북아 3국(일본 85위, 중국 141위) 중에서는 가장 나은 편이지만 GDP 세계 15위의 국가로서는 아쉬운 수치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의 개인 기부율이 낮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3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현물 기부를 해본 적이 있는 개인의 비율은 35.4%로 40%가 채 되지 않는 낮은 비율을 보인다. 기부를 꺼리는 이유로는 △경제적 여유 없음, △관심 부족, △기부 단체의 낮은 신뢰도 등이 있다.

이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언급하는 이유는 ‘경제적 여유 부족’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조사 결과의 바탕에는 ‘고액·현물 기부만의 가치가 높다’는 편견이 자리 잡고 있다. 많은 액수를 기부하거나 도움이 되는 좋은 물건을 기부해야 좋은 기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 연구소 박효원 간사는 “우리나라에 생활기 부가 자리 잡지 못해 생기는 문제”라며“ 금액이 적더라도 일상적으로 기부하는 일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기부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또한 커다란 문제다.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학생들이 주축이 되는 20대의 경우 75%가 기부 경험이 없을 정도로 기부에 낮은 관심도를 보이고 있었다. 문영빈(언어정보 2) 씨는 “평소 기부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며 “굳이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부 단체에 대한 신뢰도 부족 역시 기부 문화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라고 말했다. 기부문화연구소 원윤희 소장은 “기부단체에 대한 신뢰도는 본질적이며 중요한 문제”라며 “신뢰도가 낮아서 기부문화 전체에 대한 불신이 생긴다”고 말했다.

‘주기’를 넘어 ‘주고받기’로

하지만 최근 기부의 트렌드가 ‘영향을 주는 것’에서 ‘주고받는 것’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기부에 대한 기존의 편견이 깨지고 기부의 범위가 ‘나눔’까지 확장된 것이다. 류기형(사회복지) 교수는 “그저 주는 기부를 넘어 함께 나누는 나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며 “자신의 능력에 맞는 나눔을 실천하는 것도 사회를 풍족하게 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러한 조류는 점점 더 우리에게 가까워지는 중이다. 최근에는 굳이 고액 기부나 현물기부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능력과 의지만으로 참여할 수 있는 나눔을 실천하는 사 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활동들은 사소하지만 모여서 누군가에겐 큰 힘이 되고, 자신의 능력을 계발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특히 재능 나눔에서는 대학생들의 활동이 돋보인다. 대학생문화나눔공동체 소울(이하 소울)은 지난해 창단된 문화단체로서 대학생들을 주축으로 운영된다. 소울은 많은 문화 활동을 기획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문화소외계층과 소통하고자 한다. 소울의 최성원(동아대 사회복지 13, 휴학) 대표는 “지역 내에 문화생활을 즐기기 힘든 곳들이 보였다”며 “대학생들의 힘을 모아 이런 상황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소울은 여러 산하단체를 통해 문화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합창단, 댄스팀, 기자단 등이 현재 활동 중이다. 산하 공연 팀의 경우 매주 한번 모여 연습을 할 정도로 재능 나눔에 열심이다. 합창단 ‘BOM’의 경우 이달 열릴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주말에도 연습하고 있었다. 김준우(동아대 사회 4) 씨는 “평소 어 떤 식으로든 나눔을 실천하고픈 마음이 있었다”며“ 합창단을 통해 재능 나눔을 할 수 있어 뿌듯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재능기부 뿐만 아니라, 소소한 나눔 문화도 확산되고 있다. 명륜동의 ‘북카페 Do It’에서는 개인들에게서 책을 기부 받아 도서가 모자란 이웃에게 나눠준다. 또 반송동에는 ‘희망세상’이라는 지역공동체에서 만든 ‘카페 나무’가 있다. 이 카페는 많은 프로그램들을 통해 지역주민들에게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는데, 이곳의 ‘더+커피’ 라는 프로그램으로 간단히 나눔을 실천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커피를 주문할 때 한 잔 값을 더 내고 그렇게 적립된 금액을 통해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커피를 제공해 준다. 방법이 쉬운 만큼 카페를 방문하는 사람들 이 한번쯤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카페 매니저 손수진(반여동, 31) 씨는 “프로그램을 통해 기부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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