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성소수자 인권 동아리, Queer In PNU(이하 QIP, 큅)은 작년 10월 성소수자를 위한 활동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소수의 부산대 학생들에 의해 처음 생겨난 동아리다. 아직은 부족한 것이 많은 단체지만, 성소수자들이 행복한 사랑할 수 있는 자유로운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하나로 모여, 학내에 자보를 붙이거나 커뮤니티 사이트에 동아리 홍보와 가치를 공유하는 등 여러 작은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QIP 회원들은 국립국어원이 ‘사랑’의 정의를 이성애 중심으로 바꾼 것과 이것의 계기를 제 공한 일부 기독교 단체의 비합리적 행태를 비판한 5개의 대자보를 작성 하였다. 작성된 대자보는 학내 다섯 곳(정문, 인문대, 중도, 사회대, 상대) 에 부착됐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오후 11시께, 이 중 사회대와 정문 두 곳에 붙여진 대자보가 손실됐다. 자보가 부착된지 겨우 하루 만에 발생 한 일이었다. 지금으로선 누가 이런 행위를 한 것인지 정확히 파악할 수 없으나 자보가 뜯기고 남은 부분이 있다는 점, 뜯기고 남은 부분이 유리 창문에 붙은 포스터로 가려져 있었다는 제보자의 진술, 부착된지 하루 만에 훼손되었다는 사실, 다른 광고 부착물을 제외하고 대자보만 찢긴 점을 들어 대자보의 훼손이 불순한 의도로 이루어졌다고 보고 있다.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목소리를 차단하고 막아버리는 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올해 초, 고려대와 이화여대에서 성소수자를 주제로 한 대자보와 현수막이 훼손된 일이 있었으며, 이어 서강대에서도 성소수자 인권단체의 대자보 10여 개가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하여 '퇴보하는 지성'이라는 염려와 질책이 많은 가운데 이와 동일한 일이 부산대에서도 일어난 것이다.

자보의 내용에 불만이 있거나 이의가 있다면 대응 자보를 써 붙이거나, 커뮤니티에 목소리를 내어 대응하 는 것이 상식이다. 타인에 대해 존중 하는 마음을 갖지 못한 채 자신이 가진 혐오를 폭력적으로 표현하는 행위가 옳다고 할 수 있을까? 배움과 토론이 이뤄져야 할 대학 공간에서 원시적 표현 방식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행위가 일어났다는 사실이 매우 안타깝고, 평소 이 학교의 학생임이 자랑이었던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마음마저 생긴다.

나와 사상이 다르고 종교가 다르고,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다를 지라도 그것은‘ 틀림’이 아니라 '다름'일 뿐이다. 이유없이 무언가를 싫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싫다는 이유로 폭력적 행위를 행사하고 비난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우리 동아리 뿐만 아니라 어떤 성소수자 인권 단체도 성소수자를 좋아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차별과 억압으로 고통받는 성소수자들에게도 인권이 있으며, 그 권리를 침해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할 뿐이다.

QIP은 이런 무차별적이고 분별없는 폭력적 행위에 대해 앞으로도 계속해서 대항해 나갈 것이다. 또한, 정당한 이유 없이 끊임없는 비난과 혐오에 시달리는 수많은 성소수자들을 위해서 그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세상에 소리칠 것이다. 지금은 우리 모두가 우리 자신을 욕되게 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없는 행위에 대해 생각해보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어야 할 때이다. 부산대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게 여겨지는 날이 다시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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