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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러운이야기] 부산의 역사적 장소, 주체적 재인식
  • 박상필(부산발전연구원) 연구위원
  • 승인 2014.04.14 16:28
  • 호수 1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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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지역은 나름의 역사성을 품고 있다. 지역의 역사는 시간이라는 수레를 탄 사람들이 자연 속에 그려 넣는 생각의 무늬이다. 신기하게도 그려진 무늬들 중 일부는 다른 사람에 의해 지워지고 덧대어지지만 나머지는 크게 변하지 않고 지속한다. 지역의 역사는 지속하는 무늬가 빚은 생명의 습지와 다름없다. 변화는 지속이라는 생명의 습지 안에서 꿈틀거리는 작은 생명체에 불과하다. 현존의 앎을 깨닫는 순간, 그것이 무엇이든지 지역 역사의 한 부분으로 순식간에 침하된다. 모든 존재에 대한 물음은 역사 속 크고 작은 사건들의 점철 속에서 이해할 수 있지 않는가? 거센 소용돌이를 일으킨 근현대의 변화압력 속에서 지속의 무늬가 비록 얼룩졌을지언정 주체성을 잃지 않고 현재를 이룬 역사적 장소가 존재한다면 그 생명력은 참으로 대단한 것이다.

요즘 부산의 이 곳 저 곳에서 아우성이다. 모두 오래된 역사적 장소의 보존과 개발을 둘러싼 시민들의 목멘 소리이다. 대표적인 예로 동해남부선 폐선구간의 상업적 개발 반대, 한국은행 매각 우려, 부산진 역사 철거개발 반대, 북항 재개발 조정, 부산타워(용두산타워) 활용 등이 있다. 이 아우성을 들어보면 역사적 장소에 대한 시민들의 주체성을 엿볼수 있다. 놀라운 점은 역사적 장소에 대해 시민들의 주체적 바람이 공론화되어 정책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성숙되어가고 있는 부산 시민사회의 주체적 역동성이 느껴진다. 중요한 점은 역사적 장소를 둘러싸고 더욱 거세지고 다양해 질 시민사회의 아우성을 어떤 방식으로 지역 역사 속에 건강하게 수용해 나갈 것인가이다.

우선, 부산은‘ 역사적 도시’라는 주체적 재인식이 필요하다. 부산의 역사성에 대해 객관적 사실에 근거하여 재점검해 보아야 한다. 산-강-바다가 이루는 천혜의 자연경관 위에 오랜 동안 부산 사람들의 생각이 어떤 방식과 형태로 드러났고 그것이 어떻게 지속 및 변화되어 왔는지를 체계화 할 필요가 있다. 끊임없이 밀려왔던 크고 작은 변화의 압력을 어떻게 주체적으로 수용해 지속하는 지역의 역사 속에 침하시켜 왔는가는 부산의 정체성을 보다 단단하게 하는 중요한 기초를 이룬다. 현존하는 역사적 장소를 중심으로 변화의 수용방식에 대한 논의를 다각적인 차원에서 심도 있게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들 주변에 알게 모르게 놓여 있었던 역사적 장소는 재평가되고 시민들은 자연스럽게 그 가치에 대해 인식하게 될 것이다.

많은 역사적 장소들은 그들만의 고유한 가치(value) 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장소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그 고유의 가치를 평가하여 객관화된 자료로‘ 등급(grade)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때 시민(역사를 만들어온 주체)과 각계 전문가(가치판단을 위한 정보제공 주체) 그리고 공공(관리 주체)이 함께 논의하는 과정을 거쳐 결론(객관화된 등급지표 개발)을 도출해야 한다. 또한 개별 역사적 장소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도시적 맥락 즉, 부산시 전체의 관계 속에서 해석 및 분석한다면 부산의 지역 정체성 뿐만 아니라 부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정체성도 보다 분명해질 것이다.

 

박상필(부산발전연구원) 연구위원  press@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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