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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길잡이] 엄마가 아니라 여자야
  • 현정 섹스칼럼니스트
  • 승인 2014.04.14 16:13
  • 호수 1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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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은 여성성을 느낄 수 있는 부위이기에 남자들이 특히 열광한다. 남자들에게 “가슴이 대체 왜 좋아?”라고 물으면 한결같이 이렇게 대답한다. "따뜻하고 말랑말랑하거든” 가슴을 애무하는 동안 남자는 엄마의 품 안에서 늘 보살핌을 받던 그 아련하면서도 평온했던 어린 시절로 잠깐 회귀하는 것 같다.

여자에게도 가슴을 애무받는 행위는 모성을 은밀히 체험하는 일이다. 특히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있는 남자를 지켜볼 때면 어째서인지 내가 낳은 아이 같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여자에게 본능적으로 모성이란 게 존재한다면 그것은 아이를 낳고 발현되는 것이 아니다. 사랑하는 한 남자로부터 이미 시작되는 것이다.

<나를 만져요>라는 책에서도 위의 내용을 언급한 적이 있다. 처음 연애를 했을 때 나는 그에게 엄마나 다름없었다. 자처해서 그의 모든 것을 세세하게 챙기고 있었다. 특히 그의 상황이 어렵거나 힘들 땐 나의 요구를 드러내기보단 아량을 발휘해 그를 이해해주었다. 어떤 보상을 바라거나 그 역시 아버지처럼 나를 보살펴주길 바라진 않았다. 먹는 것부터 입는 것까지 하나하나 그를 돌보며 내게 종속되어 있는 느낌을 즐기고 있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꽤 음침한 욕망이었다. 상대에게도 발전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그는 언젠가부터 내가 없으면 어떤 것도 결정 내리지 못했고 과제를 할 때나 시험공부를 할 때도 내가 옆에 있어줘야 했다.

한국 사회에서 남자들은 어릴 때부터 어머니의 과잉보호 아래 자라는 경우가 많다. ‘아들, 우리 아들’이라고 불리며 뭘 해도 우쭈쭈 예쁨받는 것도 상당히 자연스럽다. 규율이나 제재보다는 많은 자유가 주어짐과 동시에 입는 것, 먹는 것 심지어 멘탈이 붕괴되는 상황도 어머니가 해결해주는 것에 익숙하다.

그렇다 보니 연인에게도 어머니 역할을 바라는 남자들이 은근히 많다. 무한한 이해심과 무한한 애정으로 제멋대로 굴어도 사랑받길 원한다. 심지어 영악한 남자들은 여자의 모성본능을 자극하며 유혹하는 방식을 쓴다. 약한 척, 가여운 척하며 신경 쓰이고 돌봐주고 싶은 남자 역을 하며 자신의 필요를 충족한다. 게다가 사랑에 미숙한 여자들은 첫 연애를 할 때 균형감을 잃고 관계에 헌신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둘의 시너지가 합쳐지면 연애 초반에는 관계가 안정적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헌신하는 여자의 내밀한 마음 안에는 그만큼 보상받고 싶은 심리가 숨어있고 자신이 투자한 것이 많을수록 관계에 집착하게 되는 경향은 어쩔 수 없다. 관계가 엉망이 되어 자신이 상처투성이가 되었지만 그래도 그걸 끝을 내지 못하는 대부분의 사례가 이와 비슷하다.

연애는 두 명의 어른과 두 명의 아이가 하는 일이라는 말이 있다. 한 아이만이 돌봄을 받는 상황은 공평하지 않다. 한쪽만 희생이 따르는 관계는 연애가 아니라 육아일 뿐이다. 헌신과 희생이 사랑의 고결한 가치인 것처럼 포장되곤 하지만 일방적으로 한 사람만 그러고 있다면 문제가 있는 관계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

그럼에도 엄마처럼 그를 이해해주고 돌봐주지 않으면 그가 떠나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품는 여자들이 많다. 애인을 여자가 아닌 제 2의 엄마로 생각하는 남자도 많다. 제대로 된 관계 맺음은 서로 다른 역할의 대행이 아닌 한 사람의 남자와 여자로 마주 보는 것이다.

현정 섹스칼럼니스트  press@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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