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 조용하다 했다.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의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 언론이 침묵한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지난 12월 폐선된 동해남부선 우동~송정 구간 부지는 부산시민들이 꾸준히 지역 사회로의 환원을 요구하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철도시설공단과 부산시는 민간 사업자와 함께 특수목적 법인을 만들어 해당 부지를 관광 시설로 개발할 계획이다. 시민들은 해안 선로의 아름다운 경관을 특정 사업자가 독점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폐선 부지의 상업적 개발을 반대하고 있지만 지역 언론들은 시민 여론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역시나 속셈이 있었다. 지난 3월 28일 마감된 동해남부선 폐선 구간 개발 민간제안 모집에 부산 지역 언론사가 참여한 것이다. 지역 일간지인 <부산일보>와 <부산MBC>, 지역 민영방송 <KNN>까지 가세했다. 지역의 정치와 자본 권력을 견제하고 비판해야 할 언론사가 대규모 관광개발을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부산일보>와 <KNN>이 속한‘ 레일&스토리 컨소시엄’이 제출한 민간 제안서가 채택된 11일, <KNN>은‘ 폐선 구간을 시민들에게 되돌려주는 명품 공원으로’ 만들 것이라는 보도를 했다. 폐선 부지를 오롯이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내버려두라는 시민의목소리는 전하지도 않으면서, 본인들이 제안한 개발 사업이‘ 시민을 위한 개발’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비단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 개발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부산 지역 언론들은 지역 개발에 대해 항상 같은 목소리를 낸다. 시민 여론보다‘ 일단 개발하고 보자’는 개발 논리가 우선이지만 언제나‘ 시민을 위한 일’이라고 말한다. 주민들의 거주지를 관광지로 개발하는 도시 재생 사업, 소하천과 같은 자연 형성물들을 흙으로 뒤덮는 에코델타시티 사업 등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지역 개발을 긍정적으로 보도하고 있지만, 정작 시민들은 대규모 개발을 원하지 않는다. 그저 살기 좋은 마을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 시민 환원 운동을 취재하면서 만난 시민은“ 그냥 걷기만 해도 좋은 곳인데 꼭 레일바이크와 스카이라이더를 설치해야 하나”고 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추후 있을 최종 개발 사업자 모집에도 지역 언론들이 참여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아이디어가 채택된‘ 레일&스토리 컨소시엄’은 이후 사업 주관자 공모에서 가산점을 부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 사업자 공모 방식의 공공 개발 사업에서 총점의 3%에 이르는 가산점이 부여된다는 것은 최종 개발 사업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부산 지역 언론이 대규모 개발 사업에 참여한다는 것은‘ 사실상’ 확정됐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언론사가 개발 사업을 진행하게 될 경우 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보도가 좌우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결국 시민 여론은 더욱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부산 지역 언론이 쏟아내는 지역 개발 보도는 필자가 실제로 만나본 시민들의 여론과 큰 온도 차가 있다. 그들이 검은 속내를 감추고 내뱉는‘ 시민을 위한 개발론’은 들어주기 힘들 정도다. 무조건적으로 대규모 개발을 옹호하고 찬양하는 것도 모자라 개발 사업을 주도하는 언론사. 그들이 본분을 수행하기를 바라는 것은 과한 기대일까. 지역 언론이 침묵하는 지금, 필자의 미진한 노력으로나마 생생한‘ 시민’의 목소리가 전달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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