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광역시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은 폐선 부지를 관광지로 개발할 계획이지만, 부산시민들은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부산과 포항을 연결하는 동해남부선 해안 선로에 기차가 지나가는 모습이다. (사진=부대신문 DB)

부산시민들이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를 시민 공간으로 환원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부산광역시(이하 부산시)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은 민간 사업자에 의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관광 개발을 위해 사업 공모 채택까지 이뤄진 상황이지만 시민들의 환원 운동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 개발 사업은 소유권 문제로 두 구간으로 나눠져 실시될 계획이다. 이 중 4.8km에 이르는 미포~송정 구간과 구 해운대역 역사는 민간 사업자에 의해 관광지로 개발된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지난 1월 해당 구간 개발을 위해 민간 사업자의 개발 아이디어를 모집하기 시작했고, 6개 업체 중‘ 레일&스토리(KNN)컨소시엄’의 제안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폐선 부지는 향후 사업을 주관하는 민간 사업자에게 30년 동안 무상 위탁될 전망이다.

폐선 부지를 특정 민간 사업체가 독점하는 것에 대해 시민들의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독점해 상업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산시와 한국철도도시공단은‘ 민간 개발자의 사업 진행 또한 시민을 위해 이뤄지는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부산시청 도시계획상임기획단 김진대 주무관은“ 수익사업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관광 시설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라며“ 결국 모든 부지는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므로 이미 시민에게 환원된 것과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시민 애환 담긴 곳, 시민에게 돌아와야

   
▲ 지난 11일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표한 미포~송정 구간 개발 사업 조감도의 모습이다.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에는 폐선 구간 위를 지나는 전동 바이크‘스카이라이더’와 레일 위를 달리는‘레일바이크’가 설치될 계획이다.

지난 1934년 개통된 동해남부선은 부산진역에서 포항역까지 이어진 철도 노선이다. 일제강점기 당시 효율적인 수탈을 위해서 설치됐지만 이후 부산 시내와 시외를 연결하는 중요한 교통 시설로 자리 잡았다. 부산의 슬픈 역사와 시민의 삶이 모두 담겨있는 철길인 것이다. 동해남부선 폐선 이후 송정역은 등록문화재로, 동래역은 철도 기념물로 지정되는 등 그 역사·문화적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부산시민들은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7일 동해남부선 시민 환원을 추진하는 시민연합‘해운대 기찻길 친구들’(이하 기찻길 친구들)이 발족했다. 기찻길 친구들 조용우 운영위원장은“ 현재 부지는 공기업의 소유이므로 결국 공공재라고 볼 수 있다”며“ 소유권과 관리권은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니 시민의 요구가 우선돼야한다”고 전했다. 기찻길 친구들은 폐선 부지의 시민 환원을 위해 △시민 소망리본달기 행사 △문화·예술 공연개최 △걷기 운동 개최 등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부산 지역 문화인들의 참여도 이어졌다. 부산작가회의는 폐선 부지에 부산 지역 작가들의 시를 적은 팻말을 설치하며 시민 환원을 기원하고 있다. 부산작가회의 강희철 사무국장은“ 일제 수탈의 역사를 간직한 곳인데 또다시 민간 사업자에게 넘겨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상업성을 배제하고 시민에게 돌려주는 것이 합당하다”고 밝혔다.

대학생 관심과 참여 절실해

   
▲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의 폭은 8m에 불과하다. 레일바이크, 스카이라이더 등 관광 시설을 설치할 경우 주변 경관이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사진=부대신문 DB)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가 시민에게 환원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민들의 참여가 요구된다. 실제로 시민들의 노력으로 철도 폐선 부지가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한 사례도 있다. 광주광역시를 지나던 경전선 폐선 구간에는 푸른길공원이 들어섰고 서울특별시 경의선 폐선 구간에는 경의선 숲길공원이 조성되고 있다. 광주광역시 푸른길 조국화 담당자는“ 지난 2000년 폐선된 이후 경전철 설치 계획이 있었지만, 3~5년간 지속된 시민들의 요구로 결국 폐선부지에 시민을 위한 공원이 조성되게 됐다”고 전했다. 창원시에서도 폐선로가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창원시청 황민구 주무관은“ 지난 2011년 폐선된 임항선 부지에 테마꽃길, 산책로 등을 조성하고 있다”며 “일부 구간을 시민에게 개방했는데 지역민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다”고 전했다.

시민 활동가들은 대학생의 참여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조용우 운영위원장은“ 대학생들이 폐선 부지를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시민 환원 운동에 큰 힘이 된다”며“ 길을 직접 걸으며 천혜의 자연경관을 일부 사업자가 독점 소유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에 대해 한 번만 생각해 달라”고 당부했다. 기찻길 친구들은 시민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오는 20일 대규모‘ 시민 걷기 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폐선 부지 활용에 대한 아이디어 공모전도 열리고 있다. 동해남부선 폐선 활용 네트워크는 오늘(14일)부터‘ 학생 창의 아이디어 공모전’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폐선 부지 시민운동을 펼치고 있는 강동진(경성대 도시공) 교수는“ 폐선 부지가 경제 논리에 의해 개발되는 것을 막고‘ 참여형 시민공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참신한 아이디어를 찾고 있다”며“ 대학생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한다”고 전했다. 작품 접수는 다음달 23일까지 이뤄지며 대상 수상작에겐 300만 원 상당의 상금도 수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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