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레드카펫을 밟는 여배우의 옷차림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노출이 심하고 둘째는 매우‘ 굽이 높은 힐’을 신는다는 점이다. 또 걸그룹을 보면 여배우만큼의 노출은 없지만 역시 하이힐을 신는다. 사실 하이힐은 불편해 보인다. 그럼에도 이들이 이렇듯 높은 굽의 구두를 신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통 하이힐이라고 하면, 굽이 10센티미터 정도 높이의 구두를 말한다. 그런데 하이힐 보다 더 높은 구두도 있다. 이를‘ 스틸레토 힐’이라 부르는데 한국에서는‘ 킬 힐’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다. 순전히 한국식으로 만들어낸 단어다. 그럼에도 원단어 보다 그 뜻을 기가 막히게 잘 표현했다. 스틸레토 힐에서 스틸레토는‘ 가늘고 긴 칼’을 의미한다. 그러니 힐의 굽 모습과 스틸레토 칼이 비슷해서 이름이 붙여졌다. 그러니 스틸레토 힐은 그 형태에서 나온 단어다. 그러나 킬 힐은 어떤가!

킬 힐은 말 그대로‘ 죽여주는 구두’라는 의미다. 과연 누굴 죽인다는 말인가. 먼저 남성을 죽인다고 말할 수 있다. 킬 힐을 신으면 기본적으로 키가 커 보인다. 그렇지만 단순히 키가 커 보인다는 점보다 더 중요한 부분이 있다. 영국 리버풀 대학의 바이렌 스와미 박사는 다리 길이가 길수록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연구결과를 2006년 발표했다. 요컨대 Leg-to-Body Ratio(LBR)에 대한 효과 연구였다. LBR이란 전체 키에 대한 다리 길이의 비율을 뜻한다. 연구의 중요한 내용은 여성의 다리를 1인치(2.54센티미터)씩 길어지게 5단계로 그림을 만들어 어떤 몸매가 가장 매력적인지 71명의 대학생에게 물었다. 실험 참가자들은 다리가 길어질수록 매력적이라고 대답했다. 요컨대 키가 큰 여성이 매력적인게 아니라 다리 길이가 상대적으로 긴 여성이 매력적이었단 말이다.

그렇다면 다리 길이를 길게 만들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높은 구두를 신는 방법이 바로 그 대답이다. 위에서 설명한 실험에서 1단계마다 2.5센티미터 다리가 길어지므로 마지막 5단계는 1단계보다 10.16센티미터 길어지니, 킬 힐을 신으면 바로 그 효과에 도달할 수 있다. 이 실험에서는 남성의 경우도 있었다. 결과는 여자와는 반대였다. 남자는 다리가 길어질수록 매력도는 떨어졌다. 그 이유는 다리가 길어지면 상체가 약해 보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남자들이 힐을 안 신는지도 모르겠다.

킬 힐이 매력적이어서 남성을 죽여주는데, 또한 여성 스스로도 죽인다. 인간은 발이 전체 체중을 충분히 지탱해주기 위해서는 땅에 충분히 접촉이 돼야하는데, 높은 구두를 신으면 접촉 부위가 상대적으로 좁아지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이로 인해 척추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며 또한 신체 여러 부위에 좋지 않다고 한다. 그런데 고려대학교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힐의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물론 10센티미터가 넘는 킬 힐이 아니라. 약 8센티미터 높이의 힐을 신는 여성들에 대한 연구였다. 이 연구에 의하면 하이힐이 발목을 강하게 만들어 준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사는 높은 굽의 구두가 여성의 건강에 좋지않다고 말한다. 물론 여성도 높은 굽의 구두가 건강에 안 좋고 불편함을 잘 알고 있음에도 신는다. 매력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봄 킬 힐을 신고 한번 캠퍼스나 도심을 걸어보는 건 어떤가. 아마 많은 시선이 킬 힐을 신은 사람에게 향하리라. 매력적으로 보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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