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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길잡이] 미안해 내 친구야
  • 현정 섹스칼럼니스트
  • 승인 2014.04.06 16:58
  • 호수 1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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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친구를 사랑’하고‘, 잘못된 만남’과‘ 흔들린 우정’이 과거 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노래만은 아닐 것이다. 요즘 세대들도 여전히 화살표가 어긋난 사랑을 하며 괴로워할 것이다. 하지만 최근 친구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게 되는 사건의 새로운 형태를 엿보게 되었다. 이와 관련된 고민 상담도 부쩍 늘어났다.

대학생이 되면 이성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되는 일이 잦아진다. 과 특성상 남녀의 비율이 심하게 차이나는 곳도 있겠지만 각종 교내 활동들을 하다보면 여중·여고, 남중·남고 시절보다는 남녀가 함께 할 계기가 많아지고 그러다 서로 잘 통하고 마음 맞는 이성친구도 사귀게 된다.

그렇게 어울려 놀다가 봄바람이 좋은 어느 날 밤, 분위기에 한 번 취하고 거나한 술에 두 번 취해 욕망덩어리가 된 둘이 의기투합하여 몸을 섞게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친구로만 생각하던 녀석과 그런 일이 생기면 다음날 어색하기 마련이고 마음도 머리도 복잡해진다. 그동안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이성적 매력을 확실하게 느꼈다면야 그 일을 계기로 연인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요즘 친구들의 마음은 냉장 시설이 아주 잘 되어 있는지‘ 미안’이라는 말로 밤의 실수를 묻는다. 심지어 누가 먼저‘ 미안’이라고 말하고 자존심 상하지 않고 빠져나갈 것인가를 두고 경쟁이라도 하듯‘, 자기도 걔가 좋은 건 아니었는데, 그쪽이 먼저 미안이라고 말하니 불쾌했다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어온다.

어쩜 그렇게 편할 수 있을까 싶어 놀랍다. 불타오르는 청춘인데 하룻밤 욕정을 그렇게 해소할 수 있지 않느냐 물으면 나도 더이상 할 말은 없다. 두 사람이 합의 하에 성적 서비스를 교환하고 추후에 문제의 소지가 될 임신과 관련해서도 잘 처리를 했다면 굳이 꼰대로움을 펼치며 훈수를 둘 생각은 없다.

그러나 외로움이라는 감정, 혹은 몸의 열망을 타인을 통해, 그것도 우정을 바탕으로 한 관계에서 실수였던 것처럼 해소하고 넘어가는 태도는 어떤 지점에서 스스로 관계 불능임을 증명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관계의 무게가 너무들 가볍다. 들뜬 욕망의 솟구침과 변덕스러운 마음은 결국 사고를 깊이 있게 하지 못함을 의미한다. 물론 인간이 이성적 존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감성 혹은 감정적이라는 걸 이해하지만 흩날릴 감정으로 행동하는 것은 언제나 문제가 뒤따른다.

‘해보고 좋았으면 사귀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술 먹고 실수로 그런 건데 그걸 책임져야 하는 거냐’라고 말한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도 그때부턴 대책도 없다. 대한민국의 음주문화는 지나치게 관대하다. 술을 먹어서 하고 싶은 게 아니라 하고 싶은 걸 하려고 술을 먹는다. 실수가 아니라 실수를 위한 포석을 깐 것이다. 그건 결코 변명이 될수 없다. 대학생이 스스로 지성인이 아님을 증명한다는 것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비극인가.

소위 그렇게 유지되는 편리한 우정, Friends with benefits. 그것이 진짜 관계일까 아니면 쿨한 포즈를 위한 애씀일까? 인류가 편리를 쫓아 진화해 오며 잃은 가치들이 ‘미안’이라는 말 하나에 담겨 있는 것 같다 말하면 내가 유난한 사람이 되는 것일까?

현정 섹스칼럼니스트  press@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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