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이‘ 도서관’하면 칙칙한 건물 안 책꽂이에 책이 빽빽이 꽂혀 있는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최근 지하철 도서관, 공중전화 부스 도서관, 공원 도서관 등 다양한 형태의 도서관이 생기고 있다. 그 중 가장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마을도서관’이다.

‘마을도서관’이란 마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자금을 조성해 만든 도서관으로, 마을공동체의 구심체 역할을 한다. 개관부터 운영, 이용까지 모두 마을 사람들이 중심이 돼 활동하기 때문에 이웃들을 이어주기도 하다‘. 큰 도서관’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보다 가깝고 주민들과 밀착된‘ 작은 도서관’에 포함된다. 하지만 작은 도서관은 관에서 운영하는 반면, 마을도서관은 주민들이 모든 것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전국 최초의 마을도서관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성산글마루 도서관’이다. 지난 2011년에 개관한 성산글마루 도서관은 아파트 단지 내에 방치되었던 유휴공간을 리모델링하여 만들어졌다. 주민이 참여하여 건립했고, 지금까지도 주민이 직접 운영하고 있다. 성산글마루 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김은옥(서울 마포구, 36) 씨는 “우리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만들어진 곳이기 때문에 모두 애착을 가지고 활동한다”며“ 아파트 주민 뿐 아니라 인근 지역 주민들도 찾아오는 것을 보면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에 4,000여 개의 작은 도서관이 존재한다. 이 중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 운영하는 마을도서관은 400여 개 정도이다. 부산에 있는 마을도서관은 화명동에 위치한‘ 맨발동무 도서관’과 반송동에 위치한‘ 느티나무 도서관’이 대표적이다.

마을도서관을 설립하는 이유는 다양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주‘ 초롱이네 도서관’ 오혜자 관장은“ 책을 읽으라고 권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안타까웠다”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책을 접할 수 있도록 살고 있던 아파트 거실을 도서관으로 꾸몄다”고 전했다.

지역공동체의 활성화를 기대하며 마을도서관을 만든 사람도 많다. 인천‘ 늘푸른어린이 도서관’ 박소희 관장은“ 휑한 아파트촌에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살맛나는 지역공동체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마을도서관은 조용히 앉아 책만 읽는 곳이 아니라 주민들이 모여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지역사회의 구성원들을 모이게 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마을도서관이 독서토론, 악기 강습, 벼룩시장, 작가와의 대화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 일러스트=신희연

주민들과 여러 전문가들이 마을도서관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지만, 여러 한계도 존재한다. 관이 아닌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므로 운영비 마련이 가장 큰 문제다. 마을도서관은 도서 기증이나 기부 등 후원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이다. 오혜자 관장은“ 모든 마을도서관의 공통적인 고민이 운영비 마련 문제”라며“마을 주민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용 계층이 다양하지 않다는 것도 고민 중 하나다. 박소희 관장은“ 마을도서관의 개관 목적은 모든 주민들의 공동체 역할을 하는 것인데, 사실상 아이들과 주부, 노년층이 대부분”이라며“ 청년층의 이용률이 높아져야 마을도서관의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마을도서관의 존재와 이용 방법에 대해 모르는 학생이 대부분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영훈(기계공 1) 씨는“ 마을도서관이 무엇인지, 내가 사는 동네에 있는지도 몰랐다”며“ 여가 시간에 한 번쯤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속가능한 마을도서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발전방향을 모색하려는 적극적인 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신애(경성대 문헌정보) 교수는“ 마을도서관끼리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소수지만 모두 같은 고민을 갖고 있는 마을도서관들이 나누고 협동한다면 더 좋은 도서관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영인(동의대 문헌정보) 교수는“ 지속가능한 마을도서관이 되기 위해서는‘ 도서관’이라는 정체성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책을 매개로 여러 활동들을 해야 마을도서관의 중심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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