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기획/특집 기획
반백년을 기다리는 숙제, 유해 발굴
  • 조부경 기자
  • 승인 2014.04.06 16:42
  • 호수 1480
  • 댓글 0
   
 

16만 2,394명. 한국 전쟁 때 희생된 국군 전사자와 실종자의 수이다. 이 가운데 현충원에 안장된 장병의 수는 겨우 3만여 명, 나머지 13만 장병은 한반도 아래 묻혀 누군가가 찾아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뿐만 아니다. 보도연맹 학살사건, 제주도 4.3사건, 여순사건 등 시대의 흐름에 휩쓸려 사라져간 많은 시민들의 유해도 여전히 그 행방을 찾을 수 없다. 현재 정부는 전사자들에 대한 유해발굴만 한정적으로 실시하고 있을 뿐, 학살 등으로 희생된 민간인들의 유해발굴에 대해서는 전혀 지원하지 않고 있다.

2000년대 이전 우리나라에서는 산업화 등으로 인해 건축 사업이 우선시되는 분위기에 밀려 정부 주도의 유해 발굴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필요성만 제기됐다. 이 와중에도 1995년‘ 고양 금정굴 양민학살사건’의 피해자 유해 153구를 발굴해낸 사례처럼, 민간 주도의 유해 발굴이 이뤄지기도 했다. 2000년 이후에는 정부 주도의 유해 발굴 사업이 탄력을 받는다. 한국전쟁 5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 발굴이 진행됐고 이 사업이 커져 2007년에 국방부 유해 발굴감식단이 발족했다. 또한 노무현 정부 당시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가 실미도 사건 관련 유해 발굴을 진행했으며, 진실·화해를 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의 활동 일환으로 민간인 희생자들의 유해 발굴조사를 실시해 1,617구의 유해를 찾아내기도 했다.

   
▲ 지난 2007년 진실화해위원회의 경산코발트 광산 유해 발굴 현장설명회에 참석한 유족들이 유해를 바라보며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사진=취재원 제공)

그러나 현재는 유해 발굴에 대한 정부의 전반적 활동들이 정체된 상태이다. 진실화해위의 활동이 정리되면서 정부는 민간인에 대한 유해 발굴조사를 멈췄다. 발굴사업에 배정된 국가예산조차도 없는 실정이다. 정부는‘ 사업을 진행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전쟁유족회 조동문 사무국장은“ 민간인 유해 발굴조사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은 생각도 않고, 법령이 없어 사업을 진행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해가 안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전사자의 유해 발굴에만 예산을 지원하고 있으나, 이 또한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유해 발굴사업의 예산 편성이 비합리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정부는 국방부에 리비아 내전 중 발생한 리비아 민간인 희생자들의 유해 발굴 지원 사업비로 13억여 원의 예비비를 배정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정부와 국방부가 자국의 유해 발굴에는 미온적이면서 다른 국가의 사안에는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해 논란이 일었다. 새정치민주연합(당시 민주통합당) 김광진 의원은 2012년 국정감사에서“ 리비아 민간인 유해 발굴 사업을 지원해주기보다는 60년 동안 유해 발굴을 지체한 우리나라에 우선 지원돼야 한다”며 사업의 부당함을 지적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는 유해 발굴사업이 정체된 현실에 대해 논란이 있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오히려 정부가 나서 유해 발굴을 주도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은1995년부터 북한에서 전사자들의 유해를 수거하고 민간과 협동해 해저유해 발굴도 하는 등, 전쟁 희생자들에 대한 유해 발굴에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또한 중남미국가들은 학살 등에 의해 사라진 민간인들의 유해에 대한 발굴 사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정부에서 유해 발굴 전문가들로 구성된 EAAF라는 기관을 조직해 발굴 사업을 펼치며, 과테말라 정부도 FAFG라는 비슷한 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참고문헌

-노용석, 2010, ‘라틴 아메리카의 과거청산과 유해 발굴 : 아르헨티나,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사례를 중심으로’, 이베로아메리카 제12권 2호, 61-94

정부의 부족한 지원을 뒤로 하고, 최근 다시 민간 주도로 유해 발굴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달 3일에는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 발굴 공동조사단’이 진주에서 보도연맹 학살사건의 피해자 유해 35구를 발굴해내기도 했다. 이번 발굴단에 참여한 한국전쟁유족회 조동문 사무국장은 “유해를 발굴해도 보관할 곳마저 없는 현실”이라며“ 정부는 법 제정 책임을 국회에 넘기지 말고 사명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조부경 기자  qmww23@pusan.ac.kr

<저작권자 © 부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조부경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