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광역시(이하 부산시)가 문화재 관리에 문제점을 드러냈다. 부산시는 최근 문화재의 가치가 재조명됨에 따라 이를 보호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지만 열악한 지원 속에 문화재가 방치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부산시가 돈벌이가 되는 문화재만 관리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에 부산시의 안일한 태도를 견제하기 위한 시민단체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중구 대청동에 위치한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 건물과 토지가 경매 절차에 들어갔다. 문현금융단지로 이전하면서 한국은행 내부 규정에 따라 사용하지 않는 건물을 매각한 것이다.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는 역사적 가치를 지닌 몇 남지 않은 근대 건축물로서 1909년 대한제국 시절부터 100년 넘게 한자리를 지켰다. 1963년에 지어진 현 건물은 당시의 건축 양식을 대표하는 역사적 가치를 지닌다. 부산시는 서둘러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를 문화재로 지정하고 매입하려 했지만, 예산 부족으로 매입을 포기한 상태다. 결국 역사적 가치를 지닌 문화재가 민간사업자에게 매각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에 문화재 보존에 대한 부산시의 안일한 태도가 비판 받고 있다. 교육공동체 부산시민모임 문화재 지킴이 허탁 박사는“ 한국은행 부산본부 건물이 매각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부산시의 수준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전했다.

문화재 보호 의지 결여된 부산시

부산시는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를‘ 문화재 자료 70호’로 지정해 보존하려 했지만 현 법규에선 실효성이 없는 상태다. 모든 문화재의 보존·관리는‘ 문화재 보호법’을 기본으로 하며, 세부적인 사항은‘ 부산시 문화재 보호 조례’에 따른다. 하지만 법규는 사후 보수·정비 중심에 맞춰져 있어 문제를 예방하기 힘들다. 뿐만 아니라 문화재로 지정되더라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부산시 유형문화재 제7호’인 충렬사를 허가도 없이 결혼식장으로 이용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시 지정 기념물 제62호’인 금샘도 수년간 방치돼 등산객들의 훼손 행위가 끊이지 않았다. 경성대 강동진(도시공) 교수는“ 현재 관련 규정으로 모든 문화재를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과 문화재를 보다 적극적으로 보존할 수 있는 제도적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시의 문화재 보존 의식 결여는 문화재 담당 인원에서도 드러난다. 부산시의 경우 시청 소속 문화재 업무 종사자가 8명에 불과하다. 그에 비해 서울시는 47명, 인천시도 19명에 달한다. 허탁 박사는“ 서울시는 산하에 신탁기금을 마련해 문화재를 직접 매입할 정도다”며“ 그에 비해 부산시는 문화재 보존 의지가 매우 빈약하다”고 전했다.

문화재에 들이대는 상업적 잣대, 견제 필요해

부산시는 최근‘ 도시재생 사업’과‘ 근대 건조물 지정’ 등 다양한 문화재 보존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문화재 보존 사업이 일부 문화재에 집중된다’고 비판한다. 실제로 근래‘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이 주목받자 예산과 기금이 중복으로 투자돼 과잉 개발 논란이 일었다. 용두산 공원도 관광 자원화를 위해 150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리모델링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부산시가 상업적으로 활용 가능한 문화재만 관리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한다. 강동진 교수는“ 상업적 이유로 문화재를 활용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용두산 공원에 들어갈 예산이면 벌써 한국은행 부산본부 건물을 사고도 남았다”고 말했다.

부산시의 소극적 태도도 문제지만 이를 견제할 시민단체도 전무하다. 현재 부산시에서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 문화재 관련 시민단체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서울시의 경우 문화재 복원공사에 있어서 관리·감독을 위해 시민이 직접 참여한다. 시민들이 민간 기금을 조성해 문화유산을 보존·관리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강동진 교수는“ 부산시의 안일한 태도를 견제하기 위해선 시민단체가 필수”라며“ 부산시민들의 문화재에 대한 의식 함양을 위한 교육이 먼저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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