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많은 영화에서 로케 촬영지로 등장한다. 박찬욱, 곽경택 등 거장들도 부산을 자주 찾아 촬영지로 활용하고 있으며 부산시의 촬영지원도 점점 활발해지고 있다. 또한 1996년부터 열린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 굴지의 영화제로 성장했다. 최근 부산은‘ 영화의 도시’라는 수식어를 얻어 승승장구하는 듯하다. 하지만 영화 촬영지로 자주 활용되고, 국제영화제가 개최되는 것만으로‘ 영화의 도시’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에 많은 부산지역 영화계 종사자들이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이들이 지적한 부분은 △제작·배급 지원 부족 △실무자 및 전문가 부족 △부산시민의 의식 등이었다.

감독을 비롯한 지역영화인들은 영화 지원책이‘ 보여주기’ 식으로 마련돼 있는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부산의 영화 지원이 ‘촬영’에만 집중이 되는 점이 큰 문제로 지적됐다. <이방인들>을 연출한 최용석 감독은 이에 대해“ 현재 부산은 영화의 도시라기보다는 영화‘ 촬영’의 도시”라고 표현했다. 부산에서는 영화‘ 촬영’만이 이뤄질 뿐‘ 제작’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부산에는 상업영화사가 전무한 실정이다. 제작사 유치 등을 통해 온전히 지역 내에서 영화가 제작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로 보인다. 다큐멘터리 <가족초상화>와 <사냥> 등을 연출한 김영조 감독은“ 지난 해부터 부산영상위원회에서 다큐멘터리 부문 지원을 시작했지만, 아직은 아쉬운 편”이라며“ 촬영지원 뿐만 아니라 촬영 교육 등의 제작 기반에 관련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촬영한 영화를 상영되게 만드는 배급에 관련된 지원도 부족하다. 독립영화 전용관‘ 국도예술관’의 정진아 프로그래머는 촬영지원은 많이 이뤄지고 있지만, 배급지원은 부족하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그는“ 연출자들이 영화를 찍어도 그것을 어떻게 상영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배급·홍보 교육이나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지역영화와 독립영화에 대한 시청의 전문성도 부족하다. 최용석 감독은 “건물이나 시설은 잘 갖춰져 있는 편이지만 지역 감독이나 작가 양성에 대한 지원이나 교육 사업은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정진아 프로그래머는“ 시청의 영화 지원부에도 지역·독립영화에 대한 전문가가 없다”며“ 현 상황을 제대로 아는 실무자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지원 정책에 대한 여러 비판도 있지만, 최근 부산 영화 사업에 대한 지원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로케이션 촬영에 대한 지원은 이미 상당한 수준이다. 지난 해 영화진흥위원회가 부산으로 이전했고 복합 영상처리작업을 할 수 있는 영상산업센터도 들어섰다. 올해 지역영화 제작 지원 사업금은 작년에 비해 2,000만 원이 늘어났으며 분야의 다양성을 늘리기 위해 지난해부터 다큐멘터리 부문에도 지원을 시작했다. 아시아영화학교도 오는 9월 부산에 개관될 예정이다.

하지만 여러 전문가들이 지적했듯 지역영화인들의 의견 수렴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악사들>을 연출한 김지곤 감독은“ 영상위원회 등의 지원이 점점 나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역 영화인들의 의견을 두루 듣고 지역 현실에 맞는 지원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개선을 촉구했다. 

▲ 남포동 BIFF 광장, 영화제 기간이 아니라면 거리에서는 영화의 향취를 느낄 수 없다. BIFF 광장을 BIFF 광장으로 만들고 있는 것은, 커다란 조형물에 박힌 각인뿐이다. 부산이 허울뿐인‘ 영화의 도시’라는 수식어를 넘어 한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모두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제도적 지원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의식 개선도 진짜‘ 영화의 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요소라는 말이 있다. 정진아 프로그래머는“ 시민들이 국제영화제 기간에만 영화 도시라는 자부심을 가지는 것 같다”며“ 이러한 분위기에서는 부산에서 아무리 많은 영화가 찍힌들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고 지역 영화에 대해 상시적으로 관심을 가져주길 희망했다.

이처럼 부산은‘ 영화의 도시’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영화인들은“ 진짜 발전은 관청만의 노력으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영화계 종사자를 비롯해 대학생, 시민 등 모두가 영화에 대한 애정을 보여줘야 한다는 말이다. 그들의 희망대로, 부산이‘ 영화의 도시’로서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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