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의 실체를 둘러싼 의혹과 논란들

최근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외계인이 웜홀을 통해 시공간을 초월하는 장면이 나온다. SF영화에서만 가능할 것 같은 일이 우리 현실에서도 가능할까? 그 정답은‘ YES’도‘ NO’도 아니다.‘ 아무도 모른다’이다. 웜홀은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이어주는 존재다. 블랙홀의 존재는 증명됐지만, 나머지 둘은 이론상으로만 존재한다. 하지만 웜홀과 화이틀홀의 존재를 부정하기엔 이르다. 이론상으로만 존재했던 블랙홀도 60년이 지나서야 두 눈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화이트홀과 웜홀의 존재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쳐 봐도 되지 않을까? 그래야 도민준 같은 외계인이 지구에 불시착하니 말이다. 이에 부대신문이 블랙홀의 실체를 둘러싼 의혹과 논란에 대해 알아봤다.

 

민족이나 국가의 한계를 넘어서 모든 인간사회에 적용되는 보편 법칙이 있을까. 아마도 사랑이라는 감정이 그중 하나일 것이다. 최근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는 지구의 한계를 넘어 우주인과 지구인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은 마지막회에서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웜홀을 통해 4차원 시공간의 한계를 넘어 지구와 자신이 태어난 별을 여행하고 있다. 웜홀은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연결하는 통로로 알려져있다. 블랙홀, 화이트홀 그리고 웜홀은 과연 존재하는 것인가.

관찰자의 운동이나 주위 환경과는 무관하게 모든 관찰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물리법칙이 있을까. 1915년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발견하게 된 물음이었다.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해 예측된 블랙홀은 1970년대 이후 관측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럼에도 1983년 호킹에 의해 시작된 `호킹복사와 정보소실` 문제는 21세기에 이르기까지 블랙홀의 실체를 둘러싼 긴 이론적 논쟁으로 이어졌다. 2007년 호킹이 공식적으로 패배를 인정하기는 했지만, 현재에도 ` 아인슈타인을 넘어서`’란 슬로건 아래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블랙홀

도움말

◆일반상대성이론: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1916년에 발표한 이론. 특수상대성을 중력까지 확장한 개념으로 빛의 진로가 강한 중력의 장 속에서 굽어지는 것을 뜻한다.

◆특수상대성이론: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1905년에 발표한 이론. 빛의 속도는 불변하며 시간과 공간은 각각 관찰자에 따라 정의됨을 뜻한다.

우리는 4차원 시공간에 살고 있다고 믿고 있다. 4차원은 시간 1차원과 공간 3차원을 더하여 일컫는 말이다. 특수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관찰자의 운동과 무관하게 빛의 속도가 일정하므로 시간과 공간이 분리되지 않고 얽혀있다. 4차원 시공간이 별 주위에서는 어떻게 변할까. ` 별의 중력에 의한 힘 `과 우주선의 가속도에 의한 힘’`을 우주선 내부 관찰자가 구분할 수 없다면‘ 중력만 있어도 빛이 휘어야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빛이 휘는 것은 일반상대성이론이다. 일반상대성이론은 행성의 운동 및 개기일식 때 별빛이 휘는 것을 관측함으로써 처음 검증이 되었다. 한 은하의 중력이 볼록렌즈와 같은 역할을 하는 중력렌즈 현상은 현재 많이 관측되고 있다. 허블망원경으로 관측한 ` 아인슈타인의 고리’`‘, 아인슈타인의 십자가’` 등이 대표적이다. 현대인의 필수품인 스마트폰에 장착된 위치 확인 시스템 GPS도 인공위성에서 온 신호를 분석하여 현재 위치를 파악하는데 일반상대성이론을 적용하고 있다.

별빛이 휘는 정도는 별의 질량에 비례한다. 만약에 별의 크기는 변하지 않고 질량만 계속 늘릴 수 있다면 궁극적으로 별빛이 너무 많이 휘어 빛조차 빠져나올 수없는 한계가 존재한다. 이 한계를 ` 사건의 지평선`’이라 부른다. 이론적 블랙홀의 탄생이다. 현재 블랙홀의 존재는 위성탑재 엑스선 망원경, 지상의 거대 전파망원경, 허블과 같은 광학망원경 등을 통하여 관측으로 확인되고 있다.

관측된 블랙홀은 크게 은하 중심의 거대 블랙홀과 태양질량의 10여 배인 작은 블랙홀로 나누어진다. 우리 은하 중심에도 태양질량의 수백만 배에 이르는 거대 블랙홀이 자리 잡고 있으며, 은하 내부 작은 블랙홀도 십여 개 확인이 되었다. 블랙홀은 빛조차 빨아들이므로 직접 블랙홀을 관측하는 것은 아니다. 블랙홀 주위를 돌고 있는 가스층에서 발생하는 전파 및 엑스선 관측, 그리고 은하 중심부 별들의 운동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블랙홀의 호킹복사와 정보소실

블랙홀의 실체를 둘러싼 이론적 논쟁은 호킹에 의해 재점화되었다. 1974년 호킹은 ` 일반상대성이론’`과 ` 양자장이론 `을 결합하여 블랙홀도 빛을 방출하면서 증발한다는 ` 호킹복사’`를 주장하였다. 더 나아가 1983년 호킹복사에 의해 블랙홀이 사라질 때 정보도 사라진다’`는 폭탄선언을 함으로서 블랙홀의 실체를 둘러싼 긴 논쟁이 시작되었다.

양자장이론은 `진공`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가능케 한 이론으로 상대성이론과 더불어 현대물리학의 양대산맥이다. 양자장이론은 진공이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빛이 진행하다가 입자 및 반입자로 변하는 현상은 입자가속기 실험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으며, 반입자를 소재로 한 `<천사와 악마>`라는 소설이 영화화되기도 하였다. 호킹은 블랙홀 사건의 지평선 근처 공간도 양자장이론의 지배를 받는 공간임을 각인시켜 주었다. 아인슈타인이 찾고자 했던 `관찰자의 운동이나 주위 환경과는 무관하게 모든 관찰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물리법칙에 양자장이론을 포함한 것이다.

블랙홀 사건의 지평선 근처에서 입자-반입자 쌍이 형성된 후 블랙홀의 중력에 의해 입자나 반입자 하나만 사건의 지평선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나머지 하나는 우주로 방출될 수 있다. 블랙홀은 입자-반입자 쌍을 깨는데 에너지를 소모하여 질량이 준 반면, 우주로 방출된 입자 또는 반입자는 에너지를 가지고 블랙홀을 떠나게 된다. 질량이 곧 에너지임은 이미 잘 알려졌고 원자력발전은 이 원리를 이용하여 전기를 생성하고 있다. 빛은 우주에서 가장 가벼운 입자인 동시에 반입자이므로 블랙홀에서 방출되는 입자는 대부분 빛이다. 이것이 ` 호킹복사’`이다. 블랙홀은 호킹복사로 인해 사라질 운명을 타고난 것이다. 단, 현재 관측된 블랙홀이 호킹복사로 사라질 것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우주배경복사에 의해 블랙홀로 흡수되는 에너지가 호킹복사로 방출되는 에너지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우리 우주가 지금처럼 가속 팽창을 계속한다면 언젠가는 모든 블랙홀이 사라질 수도 있지만, 현재 우주 나이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먼 미래의 일이다. 우주가 언젠가 팽창을 멈출지 누가 알겠는가.

블랙홀로 들어가는 물체는 정보를 가지는 반면 호킹복사는 진공에서 무작위로 일어나므로, 호킹은 과감하게‘ `호킹복사에 의해 정보가 소실된다’`는 선언을 했다. 현대과학의 바탕이 되는 기본 보존법칙에 도전을 한 것이다. 많은 물리학자들이 호킹의 도전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해결책을 찾는데 20여 년의 시간이 걸렸다. 해결책은 새로운 차원에 있었다. 5차원 이상의 고차원 시공간을 기술하는 초끈이론에서 ` 정보소실없는 호킹복사’가 가능함이 밝혀졌다. 다른 차원에 정보를 숨긴 고차원 초끈으로 표면을 채운 새로운 모습의 블랙홀이 등장한 것이다. 호킹도 자신이 이론물리학자인 만큼 새로운 이론의 등장에 항복하여 2007년 자신이 틀렸음을 인정했다.

새로운 차원의 존재 가능성, 4차원 시공간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새로운 차원이라니

우리는 사진 속에서 3차원 입체 공간을 보고 있다. 사진에 있는 2차원 정보를 뇌가 재해석하여 우리로 하여금 3차원 공간을 인식하게 하는 것이다. 다른 말로 사진을 2차원으로만 이해하려면 여러가지 모순이 발생하지만, 3차원을 가정하면 모든 모순이 사라진다는 것을 인간의 뇌가 알고 있는 것이다. 블랙홀을 둘러싼 논쟁도 이에 비유될 수 있다. 4차원 시공간을 가정하면 블랙홀에 의한 정보 소실과 같은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지만, 수학에 바탕을 둔 논리적 추론으로 5차원 이상의 시공간을 가정하면 이러한 모순이 사라진다. 블랙홀 주위 휘어진 시공간에서 숨겨진 차원의 존재가 드러난 것이다.

새로운 차원의 실체가 무엇이냐는 독자의 물음에 속 시원한 답을 줄 수 있는 물리학자는 아직은 없어 보

▲ 이창환(물리) 교수

인다. 그럼에도 새로운 차원의 존재 가능성에 대한 마음의 문은 열어두기를 희망한다. 화이트홀은 블랙홀과 반대로 모든 것을 방출하기만 하는 천체이며, 웜홀은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연결해주는 통로로서 이론적 가능성만 제시된 상태이다. 만약 새로운 차원이 존재한다면, 화이트홀이나 웜홀도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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