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지가 노인의 키 높이만큼 쌓여 있지만, 손에 쥐는 돈은 고작 몇천 원이다

350원→120원→80원. 최근 3년간 폐지 1kg당 가격 변동 추이다. 근래 폐지 가격이 떨어지면서 폐지를 팔아 생계를 이어가는 노인들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정부는 노인들을 위한 각종 복지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까다로운 기준으로 실효성이 없는 상태다. 이에 노인들을 위한 복지정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최근 폐지 가격이 급락하면서 극빈 노인들의 생계유지가 어려워지고 있다. 올해 초 정부가 고물상에 대한 세금혜택을 축소하면서 폐지 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했다. 고물상이 내는 세금이 50% 정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세법개정안의 취지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고물상의 경우 세금계산서가 없다 보니 탈세의 위험이 있다’며‘ 지하경제 양성화와 세원발굴을 위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은 폐지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고물상의 구조상 폐지를 수거하는 노인들로부터 일일이 세금계산서를 받기 힘든 실정이다. 고물상 주인 이 씨는“ 세금계산서 작성을 위해 주민등록번호를 가르쳐달라고 하면 모른다고 딱 잡아뗀다”라며 “세금을 내고 싶어도 어떻게 세금을 내느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금정구 복지지원과 박효진 씨는“ 소득이 잡히면 복지 대상자에서 제외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가르쳐주지 않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세금부담을 이기지 못한 고물상 업체들은 폐지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다.

제지 회사의 일방적인 가격 인하도 폐지 노인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재활용 연대 봉주헌 의장은“ 제지 업체들이 세법개정안을 핑계로 과도하게 가격을 내렸다”라며“ 폐지 가격이 하락할 때 제지사는 사상 최대 이익을 남겼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초 주요 제지회사의 영업이익은 147%, 순이익은 127% 증가했다. 이에 대해 제지회사는 ‘국제시세에 따라 폐지 가격이 변동될 뿐 회사의 영업이익과는 상관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주요 제지회사 대표들이 폐지 가격에 대한 담합 혐의가 적발돼,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조사 중에 있다.

정부는 생계유지가 어려운 노인들을 위한 복지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까다로운 기준으로 실효성이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시민단체‘오늘’이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노인 127명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9명 정도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을 받지 못하는 사실이 드러났다. 김(장전동, 67) 씨도 장애인 연금을 받다가 2년 전 자녀가 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지원이 끊겼다. 하지만 김 씨는“ 염치도 없이 자식들에게 손 벌리기가 미안하다”라며“ 거동이 불편하지만 먹고 살기 위해 폐지를 줍는다”고 토로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폐지 노인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봉주헌 의장은“ 제지사가 폭리를 취하지 못하도록 고물상 단체와 정부 및 지자체 간 심도있는 정책협의가 필요하다”며“ 이와 더불어 폐지노인의 기본소득을 위한 각종 연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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