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복도로 르네상스 프로젝트 사업(이하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과 관광 개발이 결합한 감천문화마을이 도시 재생의 우수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지역 주민들은 관광객이 일으킨 소음 및 사생활 침해등의 문제로 몸살을 앓는다. 이러한 상황에도 부산광역시(이하 부산시)는 뚜렷한 보완책 없이 문화마을을 확대 적용할 방침을 밝혀 해당 마을 주민들이 우려하고 있다.

감천문화마을, 밀려드는 관광객에‘ 몸살’

▲ 사하구 감천동 감천문화마을.쏟아지는 관광객에 예민해진 주민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부산시의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은 도시 재생 사업 중 우수 사례로 뽑힌다. 2013년 대한민국 지역희망박람회에서 대통령 표창인 지역발전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감천문화마을은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의 가장 대표적인 사업이다. 사하구에 위치한 이 마을은 지난 2010년 사업대상지로 선정돼 마을을 관광지로 정비했다. 감천문화마을은 한국의 마추픽추로 불리며 지난해에만 3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했다. 달동네 이미지를 벗어나 부산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자리 잡은 것이다.

▲ 동구 범일동·부산진구 범천동 안창마을. 6·25전쟁 피난민들이 판자촌을 이뤄 생겨난 마을이다. 수백 개의 낡은 집이 오밀조밀 모여 있다

직접 찾은 감천문화마을은 평일임에도 관광객의 방문으로 활기를 띄고 있었다. 하지만 주민들은 고통을 호소했다. 하루 평균 800여 명의 관광객이 찾으면서 주차난이 심화됐고 소음에 쓰레기 무단 투기 문제까지 불거졌다. 마을 주민 이복자(감천동, 69) 씨는“ 관광객들 때문에 너무 사끄럽다”며“ 낮에는 참을 만 한데 밤에는 잠을 잘 수가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마을 주민들의 사생활도 침해받고 었다. 관광객들은 주민들이 널어놓은 빨래 옆을 무심히 지나다녔고, 정집 창문을 기웃거리기도 했다. 장희(감천동, 45) 씨는“ 빨래고 뭐고 너무 불편하다”며“ 관광객들이 민도 관광지의 일부인 것처럼 구경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주민들은‘ 주민들의 거주 공간이니 큰 소리, 민가 무단출입 및 진 촬영을 삼가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마을 안내를 돕는 원봉사자의 수도 늘렸다. 그러나 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문제는 계속 심화되고 있다. 김태곤(감천동, 6) 씨는“ 장사가 잘되나 싶어 처음에는 좋아했는데 이제는 너무 피곤하다”며“ 감시받는 느낌이 들어 마음 놓고 동네를 돌아다닐 수도 없다”고 밝혔다.

관광객들은 주민들의 고통을 전혀 르고 있었다. 박소현(서울특별시관악구, 21) 씨는“ 생각도 못했다”며 주택가에 관광지가 있어서 주민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 같긴 하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살기 좋은마을’로 만들기 위한 도시 재생 사업이 오히려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부산시는 사업 확대 계획, 주민 우려 끊이지 않아

▲ 영도구 영선동 흰여울마을. 마을은‘관광 아이템’이 돼버린 탓에 주민들의 좁은 주거공간마저 침범당했다

감천문화마을에서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부산시는 도시 재생 사업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 21일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이 진행되던 △동구 안창마을 △영도구 흰여울마을 △사하구 비석마을을‘ 테마가 있는 문화마을’로 육성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이미 각 마을에 △공중화장실 보수 △보안등 설치 △공동 텃밭 조성 등 시범 사업이 실시된 상태다. 하지만 직접 찾아간 세 마을의 분위기는 냉랭했다. 주민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다.

안창마을은 800개가 넘는 집이 오밀조밀 모여 있었다. 높은 곳으로 이동할수록 가정집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노출됐다. 마을 주민들은 재생사업보다 재개발이 더욱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성정자(범일동, 63) 씨는“ 집이 낡아 다 쓰러져 간다”며 “그냥 사업할 돈으로 재개발이나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 서구 아미동 비석문화마을. 가정집 사이에 있는 좁은 골목길이 관광로로 지정돼있어 주민들의 사생활이 지켜지지 않는다

흰여울마을 주민들도 사업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영화 <변호인>의 배경이 됐던 이 마을은 최근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이에 맞춰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이 본격화된 것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사업 진행을 이해하지 못했다. 김성복(영선동, 58) 씨는“ 관광객이 찾아와도 볼 게 바다밖에 더있나”라며“ 마을 주민들도 모르는 사업을 왜 돈들여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비석마을을 찾은 관광객들도 우려를 표했다. 밀집된 가정집 사이의 좁은 도로는 관광객들이 돌아다닐 수 있는 관광로로 지정됐다. 안진현(낙민동, 26) 씨는“ 관광로가 워낙 좁고 완전히 주택 사이에 끼어있어 돌아다니기 불편하다”며“ 지나다니다보니 집 안에서 말소리까지 들리던데 주민들이 불편할 것 같다”고 전했다.

시 당국은 이러한 실정에도 해당 마을 세 곳에 △벽화, 전망대, 안내 간판 등 탐방로 정비 △둘레길 도입 △문화마을 간 탐방 연계 등 관광적 요소들을 추가했다. 오지 마을을 제 2의 감천문화마을로 탈바꿈시키기 위함이다. 이에 주택가의 관광지화로 감천문화마을과 같은 문제점이 또다시 노출될 것이라는 걱정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비석마을 주민 송희경(아미동, 47) 씨는“ 감천동 사람들 이야기 들어보니 소음이고 쓰레기고 문제가 많다더라”며 “우리 마을에도 이상한 곳이 몇 군데 생겼는데 주민들은 가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문제의 원인은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이 주민들의 주거환경 개선보다는 수익 창출을 통한 경제적 부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관광 코스에 중점을 둔 개발에 주민들은 생활환경 개선을 체감하지 못하는 것이다. 박병지(아미동, 53) 씨는 “괜히 바닥에 페인트 칠해놓고 겉치장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시 당국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재개발은 한 번에 이뤄지지만 도시 재생은 장기적으로 실시되기 때문에 정착되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부산시 창조도시기획과 권원중 주무관은“ 마을 사업을 통해 얻은 수익으로 집·유리창 수리 등 지역 환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며 “바닥 포장재를 푹신푹신하게 만들어 발소리를 줄이는 등 계속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도움말

도시 재생 :낙후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경제, 사회, 문화적 개발을
뜻한다. 원주민들을 이주시키고
공간을 개발한 뒤 외부인의 입
주시키는 기존의 재개발, 재건
축 방식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전문가들은 균형적인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강환(배재대 관광이벤트경영) 교수는“ 마을의 자원을 활용한 도시 재생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주민들의 불편 또한 해결해야 할 것”이라며“ 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외형적 접근뿐만 아니라 내형적 접근을 통해 내실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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