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규현(화학 석사 1)

필자에게 있어서 대학원에 들어온 것은 잘한 일이다. 더 깊이 있는 공부가 하고 싶어서 왔고 필자의 일에 대한 자부심도 생겼다. 몰랐던 것을 알게 되고 새로운 것을 배울 때만큼 즐거운 일은 없는 것 같다. 때로는 풀리지 않고 막막해 보이는 연구들이지만, 하루하루 풀어가면서 일이 마무리 지어질 때면 뿌듯하고 행복하다. 화학을 안 했으면 무얼 했나 싶다. 그렇지만 모두가 알듯이 언제나 좋을 수는 없는 법이다. 지칠 때가 있고 힘에 겨울 때가 있다. 대학원에 입학하면서 아침에 일어나면 습관적으로 먼저 드는 생각이 있다.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은? 그 일은 언제, 어디까지 하지?, 그 일을 끝내고 나면 다음엔 무엇을 해야 하지? 그리고 오늘이 무슨 요일이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대부분의 시간을 실험실에서 보내는 터라 학부 때와 생활이 많이 달라졌다. 최근 들어 참 와 닿는 말이 있다‘. 하루가 일주일보다 더 길다’ 오늘이 며칠인지는 잊게 되고 무슨 요일인지만 신경 쓸 뿐 바쁘게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에서 소중한 것들을 잃어가는 기분도 든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겪었던 소소한 일상들이 그립다. 친구들끼리 엠티를 가서 삼겹살도 구워먹고, 밤을 새워 수다 떨며 행사를 준비하는 것, 시험기간이 끝나고 맛집을 찾아 헤매던 일, 날씨 좋은 날 수업을 째고 바닷가를 가본다든가 하는 것들을 이제 다시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심지어 그렇게 참여하기 싫었던 과 행사들마저 그리워진다. 무엇보다도 이제 전설 속에만 존재하게 된 방학이 참 그립다. 그런 필자에게 가끔씩 안부를 묻는 사람이 있다‘. 요새 어떻게 지내니?’ 차마 거짓말을 하긴 싫으니 잘 지낸다고 대답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엄살 부리는 것처럼 보이기 싫어‘ 잘 못 지내요’라고도 대답하지 않고 그냥 웃으며 넘긴다.

바쁘고 지치는 일상 속에서도 필자의 안부를 물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그런 사람들과 만나서 저녁이라도 함께먹을 시간을 잡는다. 토요일 오후가 유일한 그 시간이다. 그렇게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할 시간을 기대하며 오늘도 열심히, 더 열심히 일한다. 모두가 바쁜 일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힘도 얻고 위로도 받는다. 그 순간만큼은 속 편히 웃을 수 있는 소중한 순간들이다. 필자의 경우는 일에 치이고 힘들 때, 소중한 사람들과 보냈던 시간들을 회상하며 힘을 얻기도한다. 그 때 피식 나오는 웃음들이 이 모든 상황들을 견디게 한다.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외로워지고 더 자신 없어지는 것 같다. 너무 바쁘게 홀로 달려온 탓에 주위를 둘러볼 여유를 갖지 못한 것은 아닐까? 언제 그렇게 추웠냐는 듯이 3월의 날씨가 참 좋다. 출근하면서 학부 때 걸어왔던 길들을 다시 걸어갈 때, 또 한 번 웃는다. 오늘도 당신에게 당신의 안부를 묻는 사람이 있다면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 수고한 당신은 잠깐 쉬어가도 된다. 잠깐 쉬면서 소중한 사람들을 잊지 말기를. 그 날을 기억하며 한 번 더 웃을 수 있다면 오늘을 견디고 어제보다 더 열심히 뛸 수 있는 하루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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