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소희(언어정보 13, 휴학)

사진에 담긴 것은 모두 과거다.

모든 과거가 역사로 남는 것은 아니지만, 세계적인 사진 잡지의 사진이라면 어떨까. 동시대를 살던 사람들 모두가‘ 목격’하지는 못했지만 ‘볼’수는 있었던 장면. 라이프지에 실린 사진들의 가치는 이러한 이유로 인해 빛난다.

보고, 보는 것을 즐거워하자 / 보고 또 놀라자 / 보고 또 배우자
-헨리 루스, <라이프>지 창간사 중

2013년의 마지막 밤, 필자는 영화관에 있었다. 월터의 상상이 현실이 되었듯, 다가올 한 해는 필자의 상상도 현실이 되기를 바라면서. <라이프>지의 폐간(정확히는 디지털 잡지로의 전환)이 배경인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부산에서 진행되는 라이프 사진전 소식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한 편의 영화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에 세운 첫 계획은 라이프 사진전을 보러 가는 것이 되었다. 사진은 미묘하다. 셔터를 한번 누르면 찰나가 영원이 된다. 예술인지, 아니면 기록인지 분류하기도 모호하다. 너무나 대중화되어 있는 탓에 굳이 필자의 돈을 주고 남의 사진을 봐야 하나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필자가 칼날 같은 바람을 뚫고 부산문화회관으로 향했던 것은 비단 영화 때문만은 아니었다. 사진전 광고 사진, 신기한 것을 바라보는 작은 아이들의 눈망울이 어딘지 마음을 끌었다면 너무 과장일까.

전시장에 도착해서 본 문구는 필자의 이끌림이 과장된 것이 아니었음을 증명해주었다. 사진은 말과 글보다 더 빠르고, 더 깊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확실히 역동적이고 생생한 상태로 멈춰진 장면은 같은 내용의 감동적인 연설을 듣는 것보다, 멋진 글을 읽는 것보다 더 빠르고 강한 파급력을 가진다. 라이프의 사진작가들은 순간을 담았고, 순간은 잡지에 인쇄됨으로써 순간이 아니게 되었으며, 이 잡지를 본 사람들은 실제로는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장면을 뉴스 보도나 신문기사보다 더 강렬히 인식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장면은 역사의 모습으로 존재하게 되어 이번 사진전의 관람객들로 하여금 깊은 울림을 느끼게 한다. 시대를 풍미한 예술가, 전쟁 속의 생명, 사건의 장본인 또는 주인공, 세상에 없던 첫걸음. 라이프 사진전에서 볼 수 있는 사진들은 인류의 근현대사다.

한편 라이프의 사진을 보면서 필자는 순간에 대해 생각했다. 세상의 시간은 끊임없이 흐르는데 사진 속 순간은 영원히 멈춰있다. 건전지가 없는 시계 같달까. 또 인간에 대해 생각했다. 인간들은 카메라로 시간을 붙잡는다. 그리고 붙잡은 시간을 추억한다. 인간의 이런 행동들은 어쩐지 경이롭게 느껴진다. 그런 의미에서 총평을 하자면‘ 아주 복잡미묘하게 이성과 감성을 건드리는 사진전’정도가 되겠다. 혼자 관람을 해서인지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느낄까 궁금해진다. 새 학기, 새봄을 맞이해 사진전으로 나들이를 가보는 것은 어떨까?

전시는 4월 12일까지 부산문화회관에서 열리며 입장료는 12,000원이다. 영화관 등에서 2,000원 할인쿠폰을 구할 수 있고 페이스북에서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참가해보길 권한다. 상업적인 광고가 아니다. 좋은 정보를 부대신문 독자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서 쓰는 것이니 오해는 하지 마시길!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